지난 8일 밤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 화재가 15시간40분 만인 9일 오후2시50분에 완전히 진화됐다. 진화에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건물 외벽에 시공된 알루미늄 복합 패널과 패널을 붙인 가연성 접착제 때문으로 추정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대형참사로 번질 수 있었다. 이천 참사의 원인인 샌드위치 패널 화재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은 8일 오후11시7분께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11시14분 첫 신고 이후 5분 만에 소방관 선착대가 도착했다.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이 컸다. 울산에는 이날 오전7시부터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불은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된 건물 벽면을 타고 위아래로 급속히 번졌다. 한때 건물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을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다. 이 건물 14층에 사는 50대 주민은 “창문이 ‘펑펑’ 소리를 내며 깨지고 거실과 침실에 불이 붙었다”면서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샌드위치 패널을 타고 순식간에 위층으로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패널 내장재가 난연성인지 불연성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알루미늄 패널을 붙이는 과정에 쓰인 가연성 접착제가 강풍 때문에 순간적으로 연소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로 모두 9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가운데 3명이 연기를 과다 흡입해 의사 검진 후 중상으로 분류됐으나 상태가 양호해 모두 귀가했다. 나머지는 가벼운 연기흡입 및 찰과상만 입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건물 발코니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강한 바람으로 외벽을 타고 최상층까지 불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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