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려 노력하던 중 한글의 기원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몇 년 만에 하나의 문자(알파벳)를 만들어 냈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문자 창제는) 수세기에 걸친 문화적 진화를 필요로 하는 일이잖아요. 저처럼 이러한 사실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스타트렉’ 시리즈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조 메노스키가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를 다룬 역사 판타지 소설을 써 화제가 되고 있다. 책의 제목은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영문판과 함께 한국어 번역본도 동시 출간됐다.
책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은 앞서 나온 여러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보다 더 매력적이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신하와 우정을 나누고, 궁궐 문지기도 ‘어르신’으로 대하는 인간미를 갖추고 있다. 왕자와 공주에게는 다정한 아버지, 왕비에게는 신실한 동반자다. 또한 목숨을 걸고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과정에서는 국왕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세종대왕에게 반한 작가가 ‘역사 판타지’라는 장르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메노스키는 5년 전 한국영화와 방송을 알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세종대왕과 한글의 기원에 대해 알게 됐고, 더 많은 사실을 알면 알수록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오직 백성에 대한 연민으로 문자를 창제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정도라고 했다.
메노스키가 책 출간을 기념해 한국 언론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 대한 답신을 9일 보내왔다.
■세종대왕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인가.
-천재적일 정도로 균형 있는 지도력을 가진 분이라 생각한다. 이에 더해 백성을 향한 연민이 진솔했고, 그래서 만백성을 위해 문자를 창제했다.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진보적이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조사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가다가 하얀 눈에 덮인 세종대왕상을 보게 됐다. 그리고 경복궁 안으로 들어갔다. 궁궐 안이 전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늘 서울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눈 속의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집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
-세종대왕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장영실, 물시계, 또는 금속활자처럼 유럽 보다 백여 년이나 앞섰던 중세 한국의 기술적 발전에 대해 몰랐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금속활자에 대한 장면을 소설 속에 삽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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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 ‘킹 세종’을 바탕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을 제작할 계획은 없는가.
-있다. 원래 이 이야기는 네 시간 분량의 텔레비전 미니시리즈용으로 집필하려 했었다. 그러다가 출판사 요청에 의해 소설로 출간하게 됐다. 영화나 텔레비전 용으로 만들어줄 적합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길 희망한다.
■영어나 다른 언어와 비교해 한글의 차별성과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자(賢者)는 하루 아침이면 이 문자(한글)를 배울 수 있고, 현명하지 못한 자일지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기록돼 있는데, 사실이었다. 이런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다른 문자를 들어보지 못했다. 문자의 모양 또한 실제로 쓰기에 쉬운 형태를 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한글 필체가 영어 필체보다 더 좋다.
■한국어를 읽고 쓰거나 말할 수 있는가.
-한국어 실력은 하급이다. 한글은 논리적이로 배우기 쉽지만,한국어 자체는 상당히 어렵다.
■차후 한국과 관련된 주제로 또 다른 작품을 쓸 계획이 있는가.
-한국의 전설에 나오는 ‘해태’를 소재로 각본을 작성해 둔 게 있다. 이를 프로듀싱 하거나, 아니면 소설로 변형할 예정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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