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35)은 지난달 27일 끝난 직전 대회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1차 연장전에서 티샷을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보낸 뒤 고개를 떨궜다. 조기에 탈락한 그는 4차 연장전에서 끝내기 샷 이글을 작렬한 이창우(27)의 우승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연장전 패배의 아픔을 겪은 김태훈이 국내 최대 규모 대회에서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김태훈은 9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코리아(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를 기록한 그는 전날 선두에 2타 뒤진 3위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 지난 2018년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 제패 이후 2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2위 조민규(32·5언더파)와는 1타 차다. 올 시즌 KPGA 투어에서는 김주형(18)과 김한별(24)이 연장 패배를 당한 뒤 절치부심해 우승컵을 거머쥔 바 있다.
이날 김태훈은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그는 후반 들어 11번부터 15번홀까지 5연속 ‘버디 쇼’로 불을 뿜었다. 2013년 장타왕에 올랐던 김태훈은 30대 중반에도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5위(307.4야드)를 자랑하는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거침없이 타수를 줄였다. 그러나 16번(파4)과 17번홀(파3)에서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그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삐끗했다. 티샷을 오른쪽 물에 빠뜨린 그는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도 좋지 않았던 탓에 5타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뒤 보기 퍼트마저 놓쳐 한꺼번에 2타를 잃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3억원의 상금과 함께 PGA 투어 더 CJ컵(15일 개막)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2021년) 출전권을 얻는다. 또 이 대회 종료 시점에서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명에 들면 더 CJ컵에 출전할 수 있다. 제네시스 포인트 6위인 김태훈은 우승할 경우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김태훈은 “웨지 샷이 좋아 버디를 많이 잡았는데 18번홀에서 티샷 실수가 나왔다. 3라운드는 안전 위주의 게임을 한 뒤 최종라운드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첫날 선두에 나섰던 조민규는 1타를 줄여 2위로 밀렸다. 김태훈과 공동 선두였던 상황에서 13번(파3)과 14번홀(파4) 연속 보기를 범해 3타 차까지 뒤처지기도 했지만 상대 실수로 1타 차까지 좁힐 수 있었다. 일본 투어에서 2승이 있는 조민규는 2017년 3라운드 13번홀 홀인원과 더불어 준우승을 했던 이 대회에서 국내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KPGA 투어 통산 8승의 박상현(37)이 3언더파로 3위, 5승의 홍순상(39)이 2언더파로 4위에 올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출신 나진아(56)씨의 아들인 박정환(27)이 1언더파 5위로 뒤를 이었다. 2라운드까지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1~5위뿐이다.
시즌 2승을 거두며 새 별로 떠오른 김한별은 5타를 더 잃어 합계 9오버파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헤지스골프 KPGA오픈과 신한동해오픈 연속 우승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다.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와 상금 1위인 김한별은 더 CJ컵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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