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 대해 “남한에는 화해의 손길, 미국에는 신형 전략무기를 내밀었다”고 평가했다.
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열병식은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와 ‘한미 동맹’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우리 정부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열병식을 앞둔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연설 내용과 신형 전략무기의 공개 여부였다”며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호전적인 ‘핵 보유국’과 ‘미 제국주의’ 단어를 ‘전쟁 억제력’과 ‘침략 세력’이라는 순화된 표현을 사용한 데 주목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기를 기원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우리 공무원피격사건을 무마시키고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유화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면서 “결국 김정은은 지난해 말 언급한 대로 새로운 전략무기를 내놓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기존의 ICBM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새 ICBM을 선보였다. 열병식 마지막 순서에 등장한 새 ICBM은 11축 22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나왔다.
그는 “북한은 ICBM을 그대로 발사할 수 있는 차량과 확장된 미사일 몸체와 탄두 부분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을 향한 발사 시간 단축과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핵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정면돌파’ 전략이 변하지 않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다”며 “내부결속도 다지고 미대선 후 시작될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이 한층 더 가중된 상태에서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과의 외교 성과는 무의미하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외교를 실패로 몰아가던 바이든 후보에게는 호재”라고 예측했다.
또 종전 선언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현대화된 것이 증명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새롭게 추진하려는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 추진안’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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