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2차 TV토론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공개행사를 열고 “바이러스는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군병원에서 퇴원한 지 닷새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는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에서의 유세도 재개하기로 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얘기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법과 질서’를 주제로 백악관에서 행사를 열고 “졸린 조 바이든은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을 배신했다. 그가 이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은 급진적인 좌파 사회주의를 거부해왔다”며 “좌파가 권력을 잡으면 전국적인 법 집행 반대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했다. 그는 “곧 백신이 나올 것”이라며 “바이러스는 사라진다”고 했다.
당초 백악관은 2,000명을 초청했지만 행사에는 50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들은 마스크는 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중과 떨어져 백악관 발코니에서 연설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발언 시작과 함께 마스크를 벗었다. 숀 콘리 주치의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안전하게 격리를 끝낼 수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준을 충족했고 여기에 코로나 유전자검사(PCR) 결과 타인에게 전염시킬 위험이 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러스가 활발히 증식한다는 증거가 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 1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흘 연속 유세 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도록 둘 수는 없기 때문에 매우 매우 큰 유세를 시작할 것”이라며 선거캠페인 재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15일 화상 TV토론은 거부해 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섰다. 두 후보가 직접 참석하는 22일의 3차 TV토론은 예정대로 열린다.
다만 선거에 중요한 추가 경기부양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달리 갈수록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앞서 협상 전면중단을 지시했다가 부분협상을 거쳐 다시 협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부양책 규모를 기존의 1조6,000억달러에서 1조8,000억달러로 늘리며 민주당에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한 걸음 전진했지만 두 걸음 후퇴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부양책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상원에서도 반대의 뜻을 내비치면서 실현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연방법원은 우편투표 사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펜실베이니아 서부연방지방법원은 이날 트럼프 선거운동본부가 우편투표 용지 수거함으로 드롭박스를 이용하는 것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캠프는 또 소송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 등록된 유권자 기록의 서명과 우편투표 용지의 서명이 엄격히 일치하도록 하고 지역 주민이 아닌 사람도 선거 감시원으로 일하도록 허용하자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WP는 “이번 판결은 선거 사기를 주장하는 공화당에 법원이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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