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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비리비리





4월9일, 정보기술(IT) 시장을 놀라게 한 뉴스가 터져 나왔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소니가 중국 동영상플랫폼 ‘비리비리(bilibili)’에 4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이었다. 양사가 애니메이션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의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발표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 달도 안 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까지 넘어섰다. 비리비리의 가파른 성장세가 확인된 장면이었다.

비리비리는 2009년 6월 설립 직후만 해도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해적판 만화 등을 싣다가 일본 애니메이션 판권을 사들이며 가입자가 늘었지만 당시까지도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반전의 계기는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치타모바일 창업자 천루이가 투자와 함께 비리비리 회장직에 오르면서 찾아왔다. 천루이는 애니메이션 외에 게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5년 이후~2000년대 중반까지의 출생자를 일컫는 Z세대를 거의 장악하면서 ‘중국판 유튜브’라는 평을 듣게 된다. 사업 영역도 다큐멘터리와 예능 등으로 확장되면서 월간 활성이용자 1억7,000만명, 유료이용자는 1,340만명에 달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67억7,792만위안, 우리 돈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2018년 나스닥 상장에 이어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투자까지 끌어들이며 거침없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고성장해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탓일까. 아직도 선정성과 불법 영상 등으로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모은 가수 나훈아의 두 시간 넘는 콘서트 장면이 통째로 불법 유통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비리비리가 나스닥과 별개로 홍콩시장에서 2차 상장을 추진한다. 미중갈등의 와중에 미 정부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에 나서자 자국으로 회귀하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미국에 상장한 30여개 중국 회사가 홍콩에서 2차 상장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국가 간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기업들의 생존과 성장본능은 꺾을 수 없는 것 같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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