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만화 ‘풀(Grass, 작가 김금숙)’이 올해 미국 하비상(Harvey Awards) ‘최고의 국제 도서((Best International Book)’로 선정됐다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진흥원)이 12일 밝혔다.
진흥원에 따르면 하비상은 미국 만화가 하비 커츠먼의 이름을 딴 상으로, ‘만화계의 오스카 상’을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김금숙 작가는 “하비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세계 모든 곳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돕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김금숙은 “숨기고 싶은 내면의 고통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옥선 할머니와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다른 여성들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삶의 의지가 우리가 인류를 믿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작가의 말대로 ‘풀’은 성노예로 끌려가 인권을 유린 당했던 피해자들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비극적 역사의 증언자이자 평화 운동가, 인권 운동가로서 다시 선 한 여성의 삶을 오롯이 그려냈다.
‘풀’은 지난 2016년 진흥원의 ‘스토리 투 웹툰 지원사업’에 선정돼 작품화 됐고, ‘2016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 총 12개 언어로 해외 각국에 출간됐다.
이번 하비상 수상에 앞서 2019년 미국 뉴욕타임스 최고의 만화, 2019년 영국 가디언지 최고의 그래픽노블, 2019년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 심사위원 특별상, 2020년 이탈리아 트레비소 코믹북 페스티벌 최고의 해외 책 후보작 등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세계 각지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
한편 작가 김금숙은 ‘풀’에 이어 최근 한국전쟁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만화 ‘기다림’을 출간했으며, 내년 영어판과 프랑스어판을 낼 계획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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