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기아 상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차드로 분석됐다. 북한은 여전히 기아 상태가 ‘심각’한 국가로 분류됐으며, 특히 영양결핍 인구 비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의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는 12일(현지시간) 독일의 세계기아원조와 함께 ‘2020년 세계기아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기구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10월 전체 인구 중 영양부족 비율, 5세 미만 아동의 영양상태 및 사망률 등을 종합해 기아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악의 기아 수준을 100점으로 가정했을 때 50점 이상을 ‘극히 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35∼49.9점은 ‘위험’, 20∼34.9점은 ‘심각’, 10∼19.9점은 ‘보통’, 10점 미만은 ‘낮음’ 등이다. 보고서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 등 조사대상 132개 국가 중 분쟁과 잦은 가뭄을 겪고 있는 차드가 올해 44.7점으로 전 세계에서 기아 상태가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차드는 영양결핍 인구비율(39.6%), 5세 미만 아동사망률(11.9%), 아동 발육부진(39.8%) 등 모든 지표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만성적인 식량불안을 겪고 있는 동티모르(37.6점)와 마다가스카르(36점) 등도 기아지수상 ‘위험’으로 분석됐다. 아이티(33.5점)와 모잠비크(33.1점), 라이베리아(31.4점), 시에라리온(30.9점), 레소토(30.7점), 아프가니스탄(30.3점), 나이지리아(29.2점) 등도 기아가 심각한 톱10 국가에 속했다.
다만 순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분쟁이나 정치 불안 등의 이유로 데이터 수입이 어려운 국가 중 남수단, 부룬디, 소말리아, 시리아 등 8개국은 ‘잠정 위험’ 국가로, 지부티와 기니, 기니비사우, 라오스 등 9개국은 ‘잠정 심각’ 국가로 각각 분류됐다.
북한(27.5점)은 세계에서 12번째로 기아 위험이 높은 국가이자 ‘심각’ 단계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 번째였다. 북한은 특히 영양결핍 인구비율이 47.6%로 전 세계에서 아이티(48.2%)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체중 아동비율은 2.5%, 발육부진 아동비율은 19.1%, 영유아 사망률은 1.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도미닉 맥솔리 컨선월드와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을 반영하기 전 데이터를 기초로 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올해 기아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는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가 보고서 특별에세이 작업에 참여했다.
채텀하우스는 국제사회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 하나인 ‘굶주림 제로’(Zero Hunger) 이행을 위해서는 보건과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연결한 통합적 접근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채텀하우스의 로빈 앨더스 시니어 컨설팅 펠로는 “현재 글로벌 식량시스템으로는 2030년까지 기아 종식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 외에 동물과 환경 모두의 건강을 도모하는 ‘원 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재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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