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들의 ‘순차 복당’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낙연 대표가 12일 “민주당 밖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대철씨는 민주당에 관심 갖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동교동계의 민주당 복당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이 대표의 ‘입’인 최 수석대변인이 동교동계의 복당설에 강한 부정으로 나선 것은 동교동계 복당에 반발하는 친문 지지자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호남을 근거로 한 민생당이 지난 총선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차피 동교동계는 민주당(어동민)’이라는 인식에 동교동계 복당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호남 민심과 친문 지지자들의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대선 국면에 가서 ‘세 규합’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인 셈이다.
동교동계에 정통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호남 민심도 동교동계 복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김홍걸 의원의 제명도 호남 민심이 오히려 악화하면서 전격적으로 진행됐다”며 “동교동계에 대해 호남 기득권 세력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로 평가하고 있다. 차기 대선 구도에서 이 대표가 ‘친노·친문’과 같은 결속력 강한 당내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동교동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기자 시절인 지난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당시 후보의 ‘마크맨’을 맡으면서 동교동계와 인연을 맺었다. 순차 복당의 첫 대상자로 거론된 정대철 전 민주당 고문이 새천년민주당 당 대표이던 시절에는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에게는 40년 인연인 동교동계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배신자’ 프레임에 사로잡힌 동교동계를 무작정 복당시키기 어려운 고민도 있다. 이번 복당설이 나오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배신자들의 복당을 용납할 수 없다” 등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직전에 동교동계는 “힘을 보태겠다”며 민주당 복귀를 선언했지만 당원들의 거센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결국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가 시급한 이 대표가 동교동계 복당에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간 벌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어동민’이라는 정치 지형은 이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시작된 동교동계의 탈당 이후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민생당으로 이어진 호남의 구심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호남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교동계가 이 대표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미아 상태인 동교동계를 품고 가면서도 친문들의 반발을 달래면서 일종의 ‘밀당’을 할 것”이라며 “그 사이 친문 및 동교동계를 고루 등용시키며 지지기반을 다지는 것이 이 대표가 계획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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