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는 모두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고 무증상 환자도 있지만 중증인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주로 비말, 직접 접촉,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를 통해 감염되며 증상 발생 전부터 타인에게 전염력이 있다. 이에 따라 손위생과 호흡기 예절을 지키기 등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게 공통적인 예방법이다.
하지만 전파기간과 감염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평균 잠복기가 1~4일인 반면 코로나19는 2~14일, 주로 5~6일로 보고된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 감염률이 가장 높으며, 이들은 가족 내 성인이나 다른 소아에게 2차 전파를 유발하는 주요 경로가 된다. 반면 코로나19는 아이들이 성인에 비해 덜 감염되며 성인이 소아에게 감염된 경우에 비해 반대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두 바이러스의 공통적 고위험군은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만성 폐·심장질환 또는 당뇨병 등 기저질환자들이다. 인플루엔자는 영유아에서 중증 질환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임산부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는 어린아이에게 발생했을 때 비교적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임산부의 감염 위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이 잘 변이돼 항원성, 전파력, 인구집단의 면역력 등에 따라 매년 유행 양상이 변화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비해 국제적 인플루엔자 감시 네트워크를 활용, 다음 절기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을 예측하고 백신에 포함될 바이러스 항원을 정한다. 따라서 최근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매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와 달리 코로나19는 아직까지 확실한 백신이 없으며 감염 후 면역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외에 주로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들은 감염 후 면역이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확실한 연구결과가 있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밀집도·밀폐도·밀접도 등 역학적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 즉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약 2.2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3분의1이 감염되고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염재생산지수가 약 1.3명 수준인 계절 인플루엔자의 전파력을 크게 넘는다.
문제는 두 질환의 임상 증상이 비슷해 즉각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증상이 유사한 질환자가 대거 발생하면 진단·진료 뿐만 아니라 국가방역체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이러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우리나라는 방역을 위해 위생수칙, 격리시설 운영 등 다양한 공중보건학적 전략을 도입했는데 이후 인플루엔자 유행 규모가 줄고 유행주의보가 전년 대비 12주 일찍 해제된 것이다. 인플루엔자가 여름에 주로 유행하는 남반구에서는 이미 올해 유행 수준이 낮게 나타났는데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역 전략들이 인플루엔자 유행 규모를 줄이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의 더블 팬데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시기에 강화된 방역 전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손위생,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증상이 있는 경우 자택에 머물기 등 기본 방역수칙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에도 효과적인 예방방법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위생수칙에 더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등도 챙겨 코로나19 시대에 다가오는 인플루엔자 유행을 대비하자. /이현주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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