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일반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비돼 있는지 점검에 나선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BOE의 샘 우즈 부총재는 일반은행에 마이너스 금리에 대비해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 묻는 서한을 보냈다. 우즈 부총재는 “마이너스 금리가 정책 도구로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통화정책의 핵심 전달 메커니즘인 금융권이 기업의 안전과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잘 실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각 은행에 다음 달 12일까지 서한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우즈 부총재는 이번 움직임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본격화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지 매체들은 BOE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잭슨홀미팅에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중 하나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BOE의 통화정책회의(MPC)도 3·4분기 중 마이너스 금리 정책 운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영국의 기준금리인 0.1%는 1694년 BOE가 설립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BOE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경제 충격이 커지자 지난 3월 두 차례 특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1%로 인하했다. 지난 9월 MPC에서도 기준금리 0.1%를 동결했다. 지난 5월에는 국채 37억5,000만파운드(약 5조6,300억원) 어치를 금리 -0.003%에 매각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BOE가 일본이나 스위스 중앙은행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더라도 당장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돈을 받거나, 예금하면서 돈을 내는 혼란스러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이자율에 변화가 없고, 변동금리의 경우에도 이자율이 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조건이 달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다만 고액 자산가들의 현금 예치 시에는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금융기관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스위스 은행인 UBS는 지난해 11월부터 고액 자산가에게 0.75%의 예금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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