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말로 ‘친구(Caddo)’는 ‘나의 슬픔을 대신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기쁘고 즐거울 때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주위에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삶에 지쳐 주저앉아 있을 때 그저 조용히 내 손을 잡고 그 어둠 속을 함께 건널 수 있는 사람. 내 슬픔을 기꺼이 자기 등에 지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친구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술과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고, 우정은 익으면 익을수록 깊다. 순수했던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친구’라고 불렸던 수많은 인연 중에 지금까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세어 본다. 덜 익은 풋내 나는 우정 말고 이제는 제법 많이 익어 깊은 그런 만남 말이다. 이런 친구와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보다는 정겨움이 먼저 인사를 한다. 인생을 돌아볼 때 이런 친구 한둘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리라.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됐을까”라고 스스로 묻는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친구가 얼마나 좋으면 덩달아 이끌려서 친구와 함께하려는 걸까. 어쨌든 친구가 든든한 버팀목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점이다. 병무청은 군 입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친구와 함께 군대 가는’ 육군 ‘동반입대병’ 제도를 지난 2003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친구·친척 등과 함께 입영해 훈련받고, 같은 내무 생활권 단위 부대로 배치돼 전역 시까지 서로 의지하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막연하고 어렵기만 한 군 생활 동안 든든한 동반자이자 조력자로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해 연간 1만8,000여명, 그동안 32만7,000여명의 청춘들이 동행의 기쁨을 맛보고 추억도 쌓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멀리 가려면 사막도 건너야 하고 정글도 지나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장비를 지니고 있어도 혼자서는 사막과 정글을 헤쳐나가기에 역부족이다. 역경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는 어떤 고난 속에서도 동행하며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성장시켜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민 모두가 지쳐 있는 이때 병무청은 국민과 동행하는 길동무가 되고자 한다. 언제나 말없이 찾아와도 든든한 어깨를 내어주는 농익은 친구가 되고 싶다. 혼자서만 빨리 가려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길을 가다 넘어지면 옷에 묻은 흙도 툭툭 털어주면서, 그렇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성장하면서 함께 멀리 바라보며 동행하는 그런 친구가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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