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2020년 상품무역 수정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상품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9.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전망치 -13~-32%보다 상당히 양호한 전망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수출이 23% 줄어든 것에 비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경제 회복도 빠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세계 생산량은 약 10% 줄었다. 1·4분기에 3%, 2·4분기에는 7% 줄었다. 2·4분기에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했던 봉쇄를 3·4분기에 완화하자 회복세가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제약이 크다. 더구나 WTO는 올해 세계 무역이 9.2%, 내년에는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년 전망치에 많은 조건을 달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반등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비해 그 정도가 약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주저앉았던 2009년 세계 무역은 23% 줄었다가 이듬해 22% 증가해 위기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올해 무역 급락이 예상보다 덜하겠지만 반등에 대한 자신감도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무역은 국내총생산(GDP)보다 변동성이 더 크다. 신속한 반등이 없으면 세계 경제 회복도 그만큼 지연될 것이다.
국제환경도 무역 반등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결성된 주요20개국(G20)은 위기극복을 위한 ‘동시다발적’ 경기부양을 체계적으로 추진했기에 ‘V’자 반등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개별 국가의 위기극복 대책이 제각각으로 이뤄지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글로벌가치사슬(GVC)은 유지되겠지만 GVC 단축과 재조정이 진행되면서 세계 무역 확대 기반은 상당 부분 훼손됐다. 또 많은 국가들이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하면서 통상환경이 악화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WTO의 역할은 미미하다.
올 상반기 세계 상품 수출은 13.7% 감소했다. 미국은 -16.1%, 독일 -15.5%, 일본 -14.0%를 기록해 평균치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조기 극복에 성공한 중국의 수출은 -6.3%를 기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하기는 하지만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과의 갈등 외에 전반적인 해외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고 소비 기회가 없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수출은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시행했던 4월과 5월 각각 -25.6%와 -23.8%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가 6월과 8월 -7.1~-10.9%로 감소폭이 완화됐고 9월에는 7.7% 늘어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미·중·유럽(EU) 및 아세안 등 주력시장에 대한 수출이 증가했는데, 특히 대미 수출은 23.2% 증가했다. 우리나라 3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일반기계 및 자동차가 모두 수출 증가를 기록했고 그동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자동차가 23.2% 증가로 최고의 성과를 냈다.
최근 우리 수출은 주요 소비시장의 봉쇄 해제 후 수요 증가의 덕을 봤다. 하지만 휴가철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세계 많은 지역에서 다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WTO의 수정 전망치는 휴가철 전인 6~7월 무역 회복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전 세계 신규 확진자가 9일 하루에만 36만명이나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경제활동을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
앞으로 수출 실적은 해외 수요에 달려 있다. 외국의 연말 쇼핑시즌이 얼마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가가 우리나라 수출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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