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옵티머스와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금융위원회에 이어 금융감독원과 옵티머스의 유착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양호 전 옵티머스 고문(전 나라은행장)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양 전 고문과 그의 비서, 양 전 고문과 금감원 직원 간 통화를 각각 공개했다. 강 의원은 전날 금융위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김 대표와 금융위 관계자의 통화 내용을 제시한 바 있다.
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는 양 전 고문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만난 정황과 양 전 고문이 금감원으로부터 VIP 대접을 받은 정황 등이 담겨 있다. 양 전 고문과 이 전 부총리, 최 전 원장 등은 모두 경기고 동문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고문은 지난 2017년 11월9일 김 대표로부터 금감원이 우호적으로 일을 처리해주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뒤 “내가 이 장관(이 전 부총리)을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 사정 봐 가면서 하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양 전 고문은 또 같은 해 10월25일 자신의 비서에게 “다음주에 금감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언급했다. 2017년 10월20일 금감원 모 검사역과의 통화에서는 “제가 11월2일 최흥식 원장을 만날 일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녹취록 공개 뒤 강 의원은 곧바로 윤 원장을 추궁했다. 그는 “녹취록을 보면 양 전 고문이 이 전 부총리와 깊은 관계를 통해 금감원에 로비했고 금감원은 VIP 대접까지 해주면서 옵티머스를 도와준 정황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내 판단으로는 그런 정황 증거 비슷한 것은 의심되는 부분이 있지만 여기 나와 있는 것을 갖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이에 “고의적이 아니더라도 금감원은 옵티머스 환매중단 후 4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대주주인 양호의 자본시장법 위반 및 횡령 배임 등의 위법에 대해 왜 조사나 고발조치를 하지 않나”라고 따져 묻자 윤 원장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국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세에 나섰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실체가 분명한지 불분명한지는 이 대표가 미리 단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는 마당에 여당 대표까지 나서 가이드라인을 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라임·옵티머스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표현한 것을 정조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구제 특위’를 ‘라임·옵티머스 권력비리 게이트 특위’로 확대 개편했다.
민주당에서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응수했다.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한 그는 “뭐가 나왔길래 게이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부풀리기 등을 통한 정치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명확한 게이트라고 주장할 명확한 근거가 있으면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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