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목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교육청에 학부모님들이 애들 공부 좀 시키라고 계속 민원을 넣어서 그렇다네요.”(중학생 A양)
“학교에서 갑자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한다고 하네요. 어른들도 하루 종일 모니터 들여다보려면 견디기 힘들 거에요. 차라리 등교하고 싶어요.”(고등학생 B군)
교육부와 교육청이 각 학교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라고 주문하는 가운데 수업을 듣는 주체인 학생들은 학교급에 따라 쌍방향 수업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학생 입장에서는 장시간 전자기기 이용에 따른 피로도, 학습 효율성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 일방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를 요구하는 대신 학교급 등 상황에 맞게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서울경제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지난 7~10일 초·중·고교 학생 1,611명(초 543명·중 366명·고 7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원격수업 설문에 따르면 학교급 별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대한 인식이 달랐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다른 형태의 원격수업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긍정 답변이 52.3%로 부정(47.7%)을 5%p(포인트) 앞섰으나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긍정 비율이 하락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응답자의 긍정 답변은 각각 67.4%, 55.7%로 나타났으나 고등학생의 경우 38.9%에 그쳤다. 고교생 10명 중 6명 꼴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절대적으로 좋은 수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뜻으로 문제풀이 등 입시공부 비중이 높은 고교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1학기에 이어 이번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이어지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를 주문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학기 원격 수업을 하면서 쌍방향 실시간 수업을 한 학교는 10% 내외로 파악됐다”며 “2학기 때는 (비율을) 20∼30%까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6월 서울 각 학교 교장들에게 e메일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원격수업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전체 학생의 43%가 집중력 저하·학습 습관 유지의 어려움을 꼽았다. 초(43%)·중(41.4%)·고(42.3%) 등 모든 학교급에서 응답 비율이 40%를 웃돌았다.
교사들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음악, 체육, 미술 등 실기수업 비중이 높은 교과목 교사들은 수업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예를 들어 리코더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려면 모니터로 학생 수십명의 연주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데 여건상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과 학부모 요구에 따라 학교들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늘리고는 있지만 다른 형태의 수업과 병행하는 혼합형을 주로 활용하는 상황이다. 이번 설문에서 △콘텐츠 활용 중심 △과제 수행 중심 △실시간 쌍방향 △2개 이상의 방식을 활용하는 혼합형 중 학교에서 운영하는 주된 수업 방식을 묻는 질문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답한 학생은 11%에 그쳤고 혼합형 답변은 44.1%에 달했다. 혼합형이 주된 수업 방식이라고 답한 학생 가운데 68.4%는 쌍방향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 8월초 교사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쌍방향 수업 답변 비율은 5.96%에 불과했지만 혼합형을 포함하면 비율이 14.8%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가 상황에 맞춰 원격수업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현직교사는 “무조건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이 정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에서 상호작용이 반드시 있어야겠지만 교수학습 방법을 표준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교사가 과목이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