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에서 13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각국의 경기부양책 결과로 지난 6월 전망 때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5.2%에서 -4.4%로 상향 조정했고 한국도 -2.1%에서 -1.9%로 수정했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고는 V자형 빠른 회복을 전망한 나라는 없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세계 모든 나라가 ‘긴 오르막길(The long ascent)’에 맞닥뜨려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몰고 온 경제충격을 딛고 일어서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며 충동적인 대증요법보다 경제 체질을 기르는 근본적 처방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갑자기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충격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두 번의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4차례 추경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 재정적자가 118조원 발생하고 국가부채는 847조원까지 쌓이게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도 한해 사이에 38%에서 43.9%로 늘어났다.
긴급한 상황이라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지만 IMF의 지적처럼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면 긴 안목에서 재정 건전성에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논란이 된 재정준칙은 매우 중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발표된 준칙의 시행 시기를 다음 정부인 오는 2025년으로 미루고 많은 예외조항을 둬 실효성이 없게끔 해버렸다. 정치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임시방편이 아닌 원칙 있는 재정 규범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업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은 3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을 6개월 유예토록 하고 다시 내년 봄까지 추가 연장했다. 덕분에 해당 기업 수명을 늘리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표면적인 연체율을 낮췄지만 실체적인 부실은 더 확대됐다.
좀비 기업들을 골라내고 은행들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좀비가 아니었으나 달라진 경제환경으로 경쟁력이 없어진 기업을 걸러내는 작업도 불가피하다. 이를 통해 감염병 이후 시대에 맞게 자원을 재배분하고 고용 전환을 촉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미국의 경제와 고용 회복이 유럽과 비교해 빨랐던 것은 온라인 작업 및 유통 등 언택트 기술로의 전환이 활발했던 덕이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의료와 교육이 새로운 시대의 유망 분야라고 꼽았는데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특히 원격의료 기술은 세계 시장에도 수출하고 올해 방역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의료법 등 해묵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 코로나19에 그친 모범적 K방역이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첨단 의료기술이 국내와 해외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코로나19가 남긴 큰 과제는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다. 하버드대 연구에 의하면 연봉 6만달러 이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이 거의 없었지만 3만달러 이하에서는 16%나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식당 같은 자영업자와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자들이 큰 피해를 겪었다. 돈 풀기 정책으로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크게 올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채질했다.
따라서 경제회복 대책의 초점을 취약계층에 맞춰야 한다. 재난지원금 같은 정치적 시혜적인 조치로 돈을 풀 게 아니라 제도적인 틀에 의해 운용해야 한다. 기초생활 보장과 차상위 계층 보호를 튼튼히 하고 특수직과 자영업 등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사회안전망 내로 편입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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