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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친절은 제기랄의 여동생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하겠는가”라는 말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우선하는 법을 배우면 과중한 의무와 과제에 치여서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하는 여자는 상냥한 소녀의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 ‘친절은 제기랄의 여동생’이라는 책이 있다. 책 제목처럼 과격하게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친절은 결국 일방통행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사람들은 친절한 이를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이고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약간은 덜 상냥하지만 그 대신 상황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남들이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서서히 지워갈 수 있을 것이다. (우르술라 누버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2014년 문학동네 펴냄)

우르술라 누버는 번아웃과 우울증에 빠진 현대인들이 스스로를 미워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독일 심리학자다. 가끔 너무 많은 압박과 삶의 과제들로 무너질 것 같을 때면 나는 그녀가 예로 든 ‘친절은 제기랄의 여동생’이라는 이 유머러스한 문장을 생각한다.



사회는 사람들에게 ‘상냥한 여동생’이 되라고 요구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잘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상냥함’과 ‘친절’과 ‘유연함’을 요구받고 우리는 그에 부응하느라 마음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 쓴다. 하지만 그렇게 남에게 친절을 쏟아내고 나면 나 자신의 몫으로 줄 친절과 배려는 손톱만큼도 남지 않는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남겨줄 것은 오직 ‘제기랄’뿐이다. 그 ‘제기랄’의 마음으로 나 자신과 주변을 해치고 무너뜨리는 상태, 때로 번아웃과 우울증은 이렇게 탄생한다. 나를 갉아먹는 우울한 친절보다는 거칠지만 정직한 내 안의 ‘제기랄’들이 숨 쉴 구멍을 뚫어줘야 한다. 그 ‘제기랄’의 순간이 때로는 내 삶을 구해내기 때문이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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