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순서대로 집 내부를 둘러본 이들 가운데 계약을 원하는 5팀이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결정했다. 이 집은 현 세입자의 이사 날짜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여서 새 세입자가 현 세입자의 이사 시점에 무조건 맞춰야 하는 조건까지 달려 있었다. 서민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남발로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의 씨가 말랐다. 3,855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는 13일 현재 매물이 고작 한 건 나와 있다. 전세 품귀는 울산·대전 등 광역시로 확산되면서 월세 매물 수가 전세 물량을 넘어서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전셋값은 0.53% 상승해 2015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67주 연속 상승했다.
7월 말 시행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기존 주택에 눌러앉은 임차인들이 증가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급감했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희소성이 높아진 신규 전세 보증금을 올리면서 전세 대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4일 “임대차 3법이 정착되면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신규 세입자의 고통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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