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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공동선 경제' 자본주의 위기 극복 대안될까

■모든 것이 바뀐다

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이영환 옮김, 앵글북스 펴냄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계기로 ‘불평등’ 담론이 국제적으로 대두된 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논쟁의 열기는 좀체 식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비 상태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불평등 이슈가 더 불거지는 분위기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이 위기에 빠졌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펠버는 저서 ‘모든 것이 바뀐다’에서 현 상황의 대안으로 ‘공동선 경제’ 체제를 제안한다. 인간의 존엄, 연대와 사회정의, 생태적 지속가능성, 투명성과 공동 결정 등을 핵심 요소로 하는 공동선을 중심으로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선 경제 체제는 완전히 윤리적 시장경제이면서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성과는 기존의 재무적 대차대조표 대신 새롭게 정의하는 ‘공동선 대차대조표’로 측정하고, 공동선의 관점에서 돈과 재산의 의미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존 경제 질서를 거스르는 파격적 내용이지만 독일에서는 아마존에서 경제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에 오르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 내세우는 각종 주장 중 상속에 대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펠버는 민주적으로 결정한 최고액까지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산을 ‘공적 세대기금’에 귀속해 다음 세대 구성원에게 ‘민주적 지참금’ 형태로 동등하게 분배하자고 제안한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자고 덧붙였다. 출생에 따라 상속을 결정하는 원칙에 제한을 가하면서도 상속권을 완전히 폐기하지 말자는 얘기다. 피케티가 최근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제안한 청년 기본자산제와 비슷하다.



책의 후반부는 공동선 경제 원칙의 실천 사례들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공동선 경제의 요소를 지키면서도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공동선 경제의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적 움직임을 조명하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체제임을 역설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지나친 의무가 아닌가’ ‘경쟁은 인간의 본성 아닌가’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등 책을 읽으며 들었을 법한 의문들에 대해 저자가 나름의 논리를 들어 설득을 시도한다. 다만 역자인 이영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펠버의 아이디어를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에 대한 공개적 논의 자체가 공동선의 함양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납득이 가능할지는 독자에 달렸다. 1만8,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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