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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모든 것 빨아들이는 블랙홀, 우리 은하에도 있다는데... 지구는 안전할까

■별들과의 대화- 블랙홀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올 노벨 물리학상 게즈 교수

우리 은하에 블랙홀 존재 입증

눈 깜짝할 새 몸집 키울 순 없어

2~3배 되는데도 수천만년 걸려

아주 오랫동안 위협적 존재 안돼

블랙홀 상상도/NASA




천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는 분들을 더러 만난다. 행성들의 역동하는 구름 사진에서부터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찬란한 빛깔이 오묘한 형태로 펼쳐져 있는 성운들의 사진, “저 작고 동글납작한 것들 하나하나가 다 은하란 말이야” 하면서 놀라게 되는 먼 우주의 은하단 사진, 영화 속 특수효과인지 실제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블랙홀의 실루엣까지, 그들은 우주가 보여주는 끝없는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학문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누구나 마음속 한편에는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마음속 어린아이는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우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갖고 있다. 태초에 우리 우주는 어떠한 혼돈 속에서 태어났을까, 어느 날 갑자기 블랙홀이 모든 것을 다 집어삼켜 버리면 우리는 이렇게 끝나버리는 걸까, 두렵기도 하다. 그날 내게 말을 걸어온 우주 다큐멘터리 애청자는 “은하마다 블랙홀이 있고 그렇다면서요. 우리은하에도 있으면 어떻게 해요. 블랙홀 근처에는 막 모든 게 혼란스럽게 얽혀 있고 그렇겠네요” 하고 물어왔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이 블랙홀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더라는 얘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블랙홀 주변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디까지를 ‘주변’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느 정도 접근하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 빛의 속도로 후진해도 탈출할 수 없다. 그 기준 거리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 한다.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이 거리도 길어진다.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코 볼 수 없다. 그래서 큰 규모에서 보면 블랙홀은 수많은 별들의 배경 속 동그란 검은 동공처럼 보인다. 다만 블랙홀 주변에는 별들이 동그란 원의 형태로 일그러져 보여 마치 블랙홀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므로 그 안에 블랙홀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앤드리아 게즈 교수 연구팀이 표현한 우리은하 중심부 별들의 궤적/UCLA갤럭시센터그룹홈페이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안에 있는 그 블랙홀이라는 동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블랙홀도 하나의 별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이 별을 이루는 모든 물질은 별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중력 수축으로 인한 압력 때문에 중심부의 온도가 올라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그 에너지 때문에 바깥으로 물질을 내뿜는 힘이 중력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현장이 바로 별이다. 모든 연료가 소진되고 나면 별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을 중력이 지배해 아주 좁은 공간에 꾹꾹 눌러 담게 된다. 태양과 같은 별은 그저 수축해 백색왜성이 되지만 더 무겁고 큰 별은 중력 수축도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외피가 산산조각 나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버린다. 흩어진 물질은 우주 공간에서 다음 세대의 별이 태어날 자양분이 되고 남은 중심부가 계속해서 중력 수축을 겪는다. 찬드라세카르와 오펜하이머 등의 계산에 의하면 태양보다 여덟 배 무거운 별은 백색왜성보다 더 빽빽하게 수축된 상태의 중성자별이 되고 스물다섯 배 무거운 별은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작은 크기에 무한히 높은 밀도로 수축한다.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도, 물리학적으로 정의할 수도 없는 이 특이점이 바로 블랙홀이다. 이를테면 블랙홀은 가장 무거운 별들의 최후 모습이다.

태양과 같은 별의 수명은 100억년가량이지만 블랙홀이 되는 최후를 맞이할 만큼 질량이 큰 별은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내뿜으며 불과 수백만년 만에 제 수명을 다한다. 현재 인류가 파악하고 있는 우리 우주의 나이는 140억년. 질량이 큰 별들의 일생은 여러 차례 되풀이되고도 남았을 기간이다. 그러므로 우주 여기저기에 수많은 블랙홀이 산재하고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우리은하의 중심에도 블랙홀이 있다. 그 존재를 관측적으로 입증해낸 사람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앤드리아 게즈 교수다. 게즈 교수의 연구팀은 은하 중심부의 별들의 움직임을 수년간 관측한 결과 별들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떤 지점 주위를 공통적으로 돌고 있음을 발견했다. 별들의 궤적을 분석한 결과 중심부에 거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됐고, 이후 천문학자들은 여러 파장에서의 최첨단 망원경을 통해 그 존재를 거듭 재확인했다.

이 블랙홀이 우리은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마구잡이로 먹어치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이 제 덩치를 키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블랙홀 이전의 수명보다 길 수도 있다. 계산에 의하면 블랙홀 질량이 두세 배 증가하는 데 수천만년은 족히 걸린다.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은 늘 거기 그 자리에 안정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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