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 대한 국정감사장. 자리에 없었음에도 높은 관심을 끈 존재들이 있었다. 지난 추석 연휴 너도 나도 ‘테스형’을 외치게 만들었던 가수 나훈아,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였다. 펭수는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뻔 했지만 나오지 않았고, 나훈아는 KBS의 수신료 문제를 논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
양승동 KBS 사장이 먼저 국감 인사말을 통해 나훈아를 언급했다. 그는 “국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제2의, 제3의 나훈아 쇼를 만들겠다”며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나훈아 공연의 제작비를 질문하며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양 사장은 “제작비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3분의 1 정도는 광고 수익으로 확보했고, 3분의 1은 수신료가 들어갔다”고 말했고, 조 의원은 “나훈아 콘서트는 상당히 질 높은 콘텐츠였다”며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반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KBS 거듭날 수 있다’는 공연 중 나훈아의 발언을 인용하며 “공감한다. 그 메시지는 여운을 많이 남겼다”며 “정치하지 말고 방송하면 된다. 권력으로부터 노조로부터 독립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펭수의 경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참고인 출석을 요청하면서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시 초선 의원이 시선 끌기 목적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펭수는 이날 국감에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의원들의 질의에서 언급됐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BS가 자회사 EBS미디어에서 만든 펭수의 라이선스(사업권)를 회수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EBS가 캐릭터를 받은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9월까지 광고모델과 협찬, 이미지 라이선스, 라이선스 상품 사업을 통해 105억원을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업 이관으로 자회사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중 EBS 사장은 “EBS 자회사가 한 8년 됐는데 수익 모델을 못 찾고 본사에 도움이 못 되는 상황이었다”며 “펭수만 빼 온 게 아니라 잘 안 되던 다른 캐릭터 사업도 전부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EBS 직원들이 펭수 프로젝트에 협력해 키워낸 거지 수익을 빼앗아갔다는 표현은 과하다고 해명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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