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3일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접촉에 나섰다. 최근 이수혁 주미대사의 돌출 발언과 방위비 분담 문제 등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한미 간 이견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이번 한미 안보수장 간 논의 테이블에는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문제가 올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 실장은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방문한 가운데 13일부터 16일까지 워싱턴에 머물 예정이라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은 “서 실장은 14일(현지시간)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과 면담하고 최근 한반도 정세 및 한미 양자 관계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면서 “양측은 한미동맹이 굳건함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도 이날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를 통해 서 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우리의 철통 같은 동맹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고 모든 지역과 세계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적었다.
서 실장은 또 15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도 만날 예정이다. 한미 정보기관(국정원-CIA)의 수장이었던 서 실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문제를 논의하는 ‘비밀 채널’로서도 끈끈한 인연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서 실장의 방미 기간 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위비 협상 등 한미 간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북 정상 간의 물밑 친서교환 상황 및 종전선언과 관련한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 실장은 폼페이오 장관 외에도 미 정부 고위관계자 및 주요 싱크탱크 인사들을 두루두루 접촉하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서 실장의 이번 방미를 한미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방위비 문제와 별도로 중국 화웨이 제품 배제, 한국의 쿼드(Quad) 플러스 동참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다만 이번 방미와 관련해 “굳건한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