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주영 한국대사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후 “내 인생이 기적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 ‘인생 역전’ 자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태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주영 한국대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 국감을 언급하고,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와 인사를 나누던 순간에 대해 “박 대사의 음성을 들으며, 대사 뒤에 앉아있는 주영 한국 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시작 전부터 주영 대사관의 국감 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으나, 막상 부딪치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도 했다.
태 의원은 이어 “바로 4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외교관으로 일하며 한국의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면서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 대사에게 질의를 하는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태 의원은 국감에서 최일 주영 북한대사와 자신이 ‘평양국제관계대학’ 선후배라면서 박 대사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런던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 것을 알고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아울러 태 의원은 “박 대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탈북 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되어 소식조차 알 길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태 의원은 “나는 박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국감을 이어가야 했다”면서 “12일에 있었던 주미·주유엔 대사와는 달리 주영대사관에 대한 국감은 전 기간 격려와 웃음, 따뜻한 말이 오가는 한 집안 형제들 사이의 대화 같았다”고 썼다.
태 의원은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박 대사와의 대화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면서 “모든 국감이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라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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