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법관을 임용하기 위해 도입된 경력법관제가 수년 동안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젊은 법조인에게 유리하게 운영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력법관제가 도입된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용된 경력법관 669명 중 절반에 달하는 42.6%(285명)가 법무관 출신이었다. 법무관은 군법무관과 공익법무관으로 나뉜다. 이 중 군법무관은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수료한 병역 의무자들이 장교로 3년간 군판사나 군검찰관 등으로 복무한다. 대체복무 형태인 공익법무관은 같은 기간 동안 법률구조 업무 등을 수행한다. 갓 전역한 법무관은 30대 초중반으로 젊은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법무관 쏠림 현상은 경력법관 지원 가능 기준이 ‘경력 3년 이상’이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특히 두드러졌다. 이 기간 동안 임용된 경력법관 553명 중 법무관 출신은 절반이 넘는 51.3%(284명)였다. 다만 기준이 경력 5년 이상으로 상향된 2018년부터는 법무관 출신 임용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원 가능 기준은 내년까지는 경력 5년 이상이고 오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경력 7년 이상, 그 후부터는 경력 10년 이상으로 점차 높아질 예정이다.
법무관 출신 경력법관이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험이나 경력이 부족한 법조인의 장으로 방치된 경력법관제의 결과물이 현 법원이라는 것이다.
10여년간 판사로 일했던 한 변호사는 “군판사가 처리하는 사건이 1년에 10건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무관 생활을 법조 경력으로 인정해준 것은 경력법관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며 “경력법관으로 새로 임용될 법무관 전역자의 수가 줄어든다 해도 이미 법원에서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경력법관 다수가 재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관도 “법조 실무를 충분히 해보지 않은 법무관 출신이 경력법관제로 법원에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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