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정보를 선진국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지만 정작 일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의 보존기간에 대한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에는 여러 부처에서 담당했던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장관급 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CCTV 영상 보존기간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과 정부부처에 설치된 CCTV 영상의 보존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어 각 기관마다 제각각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3월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면서 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아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7항에 따르면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운영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 및 관리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CCTV 영상의 보존기간을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각 기관의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공공기관 등은 CCTV 영상의 보존기간을 자체적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청와대는 중요시설 3개월, 일반시설 1개월을 적용하고 있고 경찰청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청사 지하에 재난·교통·충무훈련을 통제하는 국가 중요시설인 서울안전통합상황실을 운영 중이지만 CCTV 영상은 1개월만 보존한 뒤 폐기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없어 공공기관이 CCTV 영상 보존기간을 제각각 운영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각 기관이 CCTV 영상 보존기간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지는 알지 못한다”며 “다만 앞서 행안부가 개인정보보호지침을 통해 공공기관의 CCTV 영상 보존기간을 1개월로 권고한 바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부처 내 산재했던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 업무를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를 새로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행안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개인정보보호협력과,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개인정보보호침해조사과,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던 일반상거래에 관한 개인신용 보호 업무가 개인정보보호위로 모두 이관됐다.
개인정보보호위의 위상도 기존 합의제행정기관에서 독자적인 조직·인사·예산을 갖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달라졌다. 위원장의 직급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됐고 인력도 기존 60명에서 15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개인정보보호위가 위상과 권한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 부문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업무는 민간기업과 달리 적절한 선에서 체계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며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지나치게 공공 부문에서 개인정보 처리와 제공에 특례규정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개인정보보호위가 제대로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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