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감정원의 주택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감정원 통계와 민간통계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가 2018년 하반기부터 큰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며 “상당기간 감정원 통계가 위에 있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 역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때 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는 4.1% 하락했고 국민은행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4.5% 떨어져 증감률 격차는 0.4%포인트(p)였으나 현 정부에선 감정원 지수는 15.7% 오른 반면 국민은행 지수는 30.9% 급등해 15.2%p의 격차를 보였다”며 “격차만 보면 무려 38배의 차이가 난다”고 꼬집었다.
김 장관이 그동안 감정원 통계를 이용해 서울 집값 상승률을 14%라고 단정한 데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KB 통계를 현실성 있게 보고 있다”며 “통계가 신뢰를 받아야 정책이 제대로 나오고 국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데 (감정원 통계가)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는 감정원이 KB 통계를 기준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두 통계가)거의 똑같은 게 맞다”고 답했다. 송 의원이 다시 “2018년 하반기 이후 (두 통계의)격차가 벌어진 것은 사실 아니냐”고 묻자 김 장관은 “KB 통계는 호가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표본 보정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보정 전후 매매가격지수 증감률이 변하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도 1~2%가량 변동이 있었고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표본 보정은 5년 주기로 전면 재설계하게 돼 있고, 매년 1월에 일부 보정하는 식으로 맞춰가고 있다. 내년부터 감정원의 주택 표본을 1만3,750호로 확대해 올해보다 45%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김 장관을 향해 “정부가 확인하고 검토해야 할 부동산 통계가 6가지나 있음에도 장관은 부동산 가격 인상률이 11%라고 답변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서울 부동산 거래가 반토막이 났는데, 부동산이 안정화 단계에 있다고 하니 국민들은 분통이 터진다”며 “장관님과 국토부, 정부에 대한 총평은 여전히 ‘낙제점’인데, 오늘도 변명만 하시고 인정하시는 말씀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대책을 내놓을 때에 비해서 많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로 통계상으론 확인된다”며 “정책의 결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은 점이 있다면 송구하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에 와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문제를 회피하면서 일해오지 않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송 의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취지에서 가수 나훈아씨의 ‘테스형’ 후렴구를 틀기도 했다. 김 장관은 ‘테스형’ 영상을 틀자 한동안 웃음을 터트렸다.
송 의원 김 장관을 향해 “얼마 전 쿠웨이트 다녀오셨는데, 쿠웨이트 국민들 마음을 위로하고 왔느냐”며 “저는 장관님 쿠웨이트 다녀오시는 그 시간에 우리 국민들 마음을 위로했어야 한다고 본다. 요즘 주택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많이 상심한 거 알고 있으시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때 ‘가왕’ 나훈아씨가 발표한 ‘테스형’이라는 신곡이 있다”며 “가사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절절히 표현했다. 혹시 들어보신 적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이 “(들어본 적) 없다”고 답하자 송 의원은 그 자리에서 ‘테스형’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서는 ‘테스형’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자막에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깔렸다.
김 장관이 이에 고개를 숙이고 웃자 송 의원은 “지금 BTS가 세계 가요계를 석권하고 대한민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각광 받는데, 왜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시대가 된 것이냐”며 “주택 정책으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험난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관님 (정책 실패에) 동의하시냐”고 했다.
김 장관은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께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송 의원은 “장관님 주택 현장에는 가 봤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이 “그게 뭘 말씀하시는 거냐”고 되묻자 송 의원은 “그러실 거 같아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왔다”며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인터뷰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서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인 중개사, 광주시 공인중개사, 창원시 공인중개사 등 전국의 공인중개사들이 최근 전세 시장에 대해 평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들은 “전세매물이 실질적으로 제로다. 1년 전에 비해서 5~7억 올랐다고 보면 된다”, “두 배. 2억이면 4억, 5억이면 10억으로 올랐다고 보시면 된다”, “지금 매물이 없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서울 송파 잠실엘스 84㎡는 10억하던 게 3년 만에 22억원으로 2배 이상 오르고, 중계동 건영 아파트는 84㎡가 4.8억 하던 게 11억원이 됐다”며 “서울은 물론 지방도시까지 안 오른 게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김 장관은 “부동산시장 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게 많은 점에 송구하다”며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을 잘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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