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기간 대학의 미진한 등록금 환불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기숙사 운영 문제에 대한 지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상 등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학 기숙사비 환불 규정은 그대로여서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학생들은 대학들이 기숙사비를 돌려주지 않으려 꼼수를 부린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입·퇴소, 환불 지침이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다수 대학들이 코로나19로 대면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숙사 입사를 진행하면서도 기숙사 환불 기한을 찔끔 늘릴 뿐 기존과 같은 환불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홍익대는 코로나19를 개인적 사유로 치부해 기숙사 환불 불가 방침을 고수하다가 학생들과 갈등을 겪었다. 이 대학은 자가격리기간 등을 고려해 지난 8월 30일까지 입사를 허용한다면서도 “개인 사정으로 늦게 들어오는 것이므로 별도 차액 환불은 없다”고 밝혔다. 홍익대의 한 재학생은 “학교가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면서 기숙사 입사를 진행하고 코로나를 개인사정으로 치부하며 환불 불가 정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반발이 계속되자 학교는 입사 주차 별로 부분 환불 해주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코로나19 문제로 늦게 입사했더라도 기숙사비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희대는 코로나19 확진 및 의심자 등이 정기입사일인 지난 8월 27일 입사가 불가능할 경우 9월 중 입사를 허용했지만 부분 환불 불가 방침을 밝혔다. 학교는 홈페이지에서 “정기입사일 입사가 어려운 학생은(코로나, 태풍, 기타 등) 9월 중 입사가 가능하지만 미입사기간에 대한 환불은 어렵다”고 공지했다.
포항 한동대도 기숙사 환불을 둘러싸고 학생과 갈등을 겪었다. 이 대학은 애초 1~5주차부터 학과별로 대면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가 일정을 10~14주차로 두 달 늦추면서도 기숙사 전액 환불 기한은 일주일 연기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코로나19 특수 상황에도 기숙사 환불정책에 변화가 없는 이유는 교육부 훈령인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이 등록금 반환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숙사비 환불 관련 규정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대학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학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이 개정됐지만 기숙사비 문제의 경우 정치권, 정부, 대학 모두 손을 놓고 있다. 4년제 일반대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학교마다 대면 수업 여부가 다르고 여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대교협 차원에서 기숙사비 환불과 관련해 따로 지침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등록금 논란이 이어졌지만 기숙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교협에 따르면 158개 내외 대학이 등록금 환불, 특별 장학금 지원 등 조치를 했으나 기숙사 관련 사항은 아니다.
한양대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앞으로도 기숙사가 집단감염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코로나19 특수성을 감안해 기숙사비 환불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학기 연세대는 무기한 전면 비대면 수업을 결정하면서 기숙사 운영 자체를 중단했고, 건국대는 기숙사 입소자 중에 일시 귀가를 희망자에게 일시귀가 일수만큼 환불 조치한 바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