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주택·전세대란을 보도하고 있다. 지난주 베이징에서는 ‘지능연결과 새로운 가치창조’를 주제로 화웨이 주도의 포럼이 열렸다. 눈길을 끄는 화두는 스마트시티(智慧城市) 구축이었다. 스마트시티 개념은 지난 2008년 IBM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하지만 아직 진행형이다. 전 세계 도시화율은 60%에 미치지 못한다. 선진국들은 80%를 넘었다. 인류의 미래상은 도심 속에서의 생활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도시 면모를 바꾸는 데 가세할 것이다. 비행 자동차의 현장 투입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 점에 착안해 스마트시티 구축을 미래의 중요한 먹거리로 보고 범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도시화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 현재까지도 경제발전의 커다란 축을 형성하고 있다. 성장률 유지와 국민에게 쾌적하고 더 나은 삶을 준다는 취지다. 매년 2,000만명 정도의 인구가 도시인구로 전환되고 있다. 3만~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를 400여개씩 만들어낸다. 특히 고속철도 건설과 결합해 내수를 창출하고 있다. 중국도 도시화율이 60%를 넘어섰다. 급격한 도시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화를 한 단계 높여 스마트시티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계획도시화를 진행하는 만큼 스마트시티화를 염두에 두고 미래투자를 절약하자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시티 구축에 4차 산업혁명의 주개념들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블록체인, 로봇,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미 154개 도시를 선정해 도시기반설비(교통·통신), 자원활용(물·에너지), 민생(원격의료·복리후생), 공공관리(정무운영) 등의 영역에서 각종 실험을 하고 있다. 물론 실험 지역의 스마트시티화는 초보 단계에 그칠 수도 있다. 개념정립 자체는 점진적이 될 것이다. 그 완결판은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얼마나 충실하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올해 16건의 스마트시티 구축과 관련된 지방정부(주로 성) 주관 전용채권이 발행됐다. 총 10조6,000억위안 규모(약 1,800조원)다. 평균이율 3.34%, 상환기간 13.1년이다. 도시로는 유일하게 화웨이 본사가 위치한 선전이 포함됐다. 발행액수도 최고치인 2조위안으로 이율 2.93%로 10년물이었다. 재작년 화웨이 본사를 방문했다. 본사를 둘러싼 주거단지가 아예 스마트시티의 종합 실험장이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를 더 많이 실험해보고 표준화해간다면 중국형 스마트시티가 세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인구증가가 정체해 스마트시티 실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실험과 현장 투입을 반복, 고속철도의 최강자가 된 것을 연상시킨다.
중국형 스마트시티가 좋은 수출품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현재 노무수출로 연간 20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중동에 단순 노무수출을 넘어 스마트시티를 입힌 턴키베이스의 도시건설을 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스마트시티 핵심기술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훨씬 키울 소지가 있다. 꿩 먹고 알 먹는 것이다. 이 스마트시티 구축의 핵심에 화웨이가 있다. 이번 포럼을 주도한 16인의 연사 중 화웨이 인사가 5명이었다. 혹시 이것도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유 중 하나는 아닐까. 반도체 주도권 경쟁과 함께.
우리는 2010년대 초 한때 중국정부와 협력해 중국 내에 스마트시티 시범단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했다. 당시 중국은 우리를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인식, 스마트시티 구축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사관이 전면에 나서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에 대한 우리 관계자의 인식 부족, 기업들의 중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좌절됐다. 미래는 국가 간 거대 도시권의 경쟁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스마트시티의 발전 실험이 훨씬 진전될 것이다. 단지 주택가격 문제에만 매몰돼 있지만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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