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이후 술술 풀릴 것 같았던 국민의힘이 최근 힘에 부치는 모습입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꼽자면 한 때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했던 당 지지율이 다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당내 반발도 극심해지는데다가 뚜렷한 당내 미래권력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국민의힘의 문제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김 위원장 체제 이후 ‘반짝’ 변화를 보이다가 다시 힘이 빠지게 특징적입니다. 결국 ‘인물’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 당 안팎에 이견이 없습니다. 대선주자는 차치하고 당장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군을 현역의원 가운데 물색하자니 개헌저지선(100석)이 흔들립니다. 4·15총선 참패로 103석을 겨우 건진 상황에서 현역의원을 내세울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는가 싶더니 막상 재보선대책위원회를 꾸리려고 보니 ‘다들 딴 생각’을 하나씩 차고 있었습니다. ‘리더십’부재의 흔적입니다.
강력한 ‘김종인 체제’라고 봤지만 ‘시한부’ 대표에 정치생명을 맡길 수는 없다는 당내 기류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 김 위원장은 당내 소통에 인색했습니다. ‘독불장군’‘나홀로 아리랑’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입니다. 인물도 없고 리더십도 없는 형편에 소통까지 부재한 국민의힘은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요. 4·15 총선 출마자들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15일 검찰은 현역 의원 24명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이중 국민의힘은 10명으로, 배우자가 재판에 넘겨진 의원까지 포함하면 총 11명. 소속의원의 10%가량이 기소가 됐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개헌저지선 조차 지키지 못할 수 있는 최대 위기 상황입니다.
인물부재..차기 대선주자 국민의힘 소속은 원희룡 지사 유일 |
역시 홍준표 의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축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힘을 합칠 때”라며 보수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당 밖 인사지만 결국은 국민의힘 대선주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공을 들이는 겁니다. 특징적인 것은 윤석열 총장입니다. 그를 야권 인사로 분류한 대선주자 지지율은 오히려 야권 대선 잠룡의 힘을 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윤 총장의 3~5%가량의 지지율이 다른 야권 후보로 전이될 경우 야당에서도 두자릿수 지지율의 차기 주자가 등장하게 된다는 겁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의 미래권력 즉 인물 부재를 부채질 하는 셈입니다. 총선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15%이상 빠지고 있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입니다.
러더십 부재..갈 길 바쁜데 재보선대책위부터 삐걱 |
재보선대책위원회 출범이 이래저래 후보군만 수면 위로 드러낸 모습이 되자 대책위는 경선 룰만 정하는 경선준비위로 격하되고 말았습니다. 전력을 다해야 하는 내년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 연출된 셈입니다. 문제는 더 있습니다. 이 와중에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16일 부산대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1주년 기념식 후 지역 언론인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고 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큰 설계로 부산발전의 미래를 그리는 인물이 없다”며 “국회의원 3∼4선하고 이제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소통부재..서울·부산시장 현역은 안되고 참신한 인물은 없다? |
이래 저래 김 위원장이 저울질만 하자 보다 못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섰습니다. 그는 18일 SNS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문을 닫아라”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영화 ‘글러브’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폭력행사로 징계를 받은 프로야구 간판투수가 지방에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 야구부 코치로 봉사하며 전국대회 출전을 준비하게 되는 이야기”라며 “팀플레이 자체가 어려운 아이들이 무슨 야구를 하겠는가. 그러나 아이들과 코치가 같이 뛰고 같이 울고 같이 넘어지고 하면서 실력을 쌓아간다. 김 위원장 말처럼 정말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감이 없고 부산시장감이 없나. ‘글러브’에서의 청각장애인 경우 정도 되는 사람도 없나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람을 키우는 것도 공당과 그 지도자의 책무 중의 하나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같이 노력해서 좋은 인물로 다듬어주는 것이 도리다. 당에 사람 없다는 그런 자해적 발언이 앞설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막강하게 당을 장악한 줄 알았던 김 위원장에 닥친 위기일까요. 늘 위기 속에서 기적같이 생존했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해법으로 이 난국을 풀어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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