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호법 개정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값이 폭등하고 매물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8일 최근의 전세난과 관련해 “전세 거래 물량이 늘고 매매시장은 안정세”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이 보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이날 “서울의 경우 평균 입주 물량이 전년 3만 가구에서 올해는 4만 가구 정도로 늘었다”며 “매매 시장도 확실히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계약갱신청구권의 실행과 정부의 ‘허위매물 모니터링’의 결과로 전세 물량이 적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으며, 이에 따라 이날 참석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추세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전세 물량이 늘고 있다고 보고한 홍 부총리는 본인은 사실상 전세 난민 처지다. 그는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자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경기도 의왕의 아파트를 매각하려 했지만 세입자의 갱신청구권 행사로 집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 거주 중인 서울 마포 전셋집은 내년 1월까지 비워야 하지만 이사할 만한 전셋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이런 홍 부총리의 처지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앞선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부동산시장은 대책을 내놓을 때에 비해서 많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로 통계상으론 확인된다”고 답변했다. 또 지난달에는 전세난과 관련해 “임대인과 세입자가 마음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면 전세가격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전세 매물 품귀현상에 따른 전세 가격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1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는 68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인기 지역의 경우 전용 84㎡ 아파트 전세가가 10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을 확인하기 위해 10여팀이 찾아와 제비뽑기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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