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임대차법의 역습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대차법 통과이후 전세난 심화

정책 부작용 고려않고 졸속집행

시장혼란·서민들 생활고만 가중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전속결로 통과된 후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68주, 수도권은 6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셋집 하나 구하는데 9팀이 몰려서 화제가 됐다. 결국 가위바위보와 제비뽑기를 통해 당첨된 사람이 계약했다는 씁쓸한 얘기다.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하는 전세시장 소비지수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래저래 전세시장의 난맥상은 해결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곧 진정된다며 희망고문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독일 베를린에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도가 만들어졌다. 5년간 주택 임대료 동결이다. 그리고 지난달 베를린에서는 방 한 칸짜리 임대주택 한 채를 보기 위해 1,749명이 운집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세입자 보호책과 전월세상한제라는 임대료 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돼왔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물량 위축과 품질 저하에 따른 주거난 가중이라는 공통된 결론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해 지금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실 전세가는 이번 정부 내내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임대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전세가격지수를 보면 법안이 통과된 7월 말을 기준으로 이전 1년간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3.9%였는데 법안 통과 후 3개월이 되지 않은 10월12일 기준으로 4.1%나 상승했다. 서울시 내에서도 이 짧은 기간 동안 폭등한 구를 살펴보면 송파구가 5.8%로 가장 높게 상승했고 강서구·성북구·노원구·강북구가 5% 이상 올랐다. 강남 지역의 상승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서민들이 사는 지역의 전셋값이 덩달아 폭등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이제는 서울 주변 지역으로 그리고 대도시 지역으로 이러한 전세난이 확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전세난민화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몇몇 선진국들의 임대료 규제와 세입자 보호책은 일부 주택에만 적용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기존 사례에서 알려진 것보다 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연구에서 일관되게 경고하는 것처럼 단기적 혼란보다 장기적 부작용이 더 클 경우 서민들의 생활고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셋집이 줄어 서민들은 집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거기에 따라 웃돈(열쇠대금· key money)을 얹어주는 행태와 가구·설비 등의 교체에 따른 비용을 엄청나게 높은 가격으로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방법들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를 못 올리게 하니 집주인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이다.

이번 정부에서 본격적인 부동산 대책의 시작은 2017년의 8.2대책으로 볼 수 있다. 그 대책 이전에 1년간 오른 수치보다 이후 1년간은 폭등 양상을 나타냈다. KB부동산 지수로 보면 8.2대책 이전 1년간 강남구 아파트값은 4.9% 상승한 반면 이후 1년간은 14.0% 폭등했다. 전세가도 비슷한 모습이다. 임대차법 통과 이전 1년간 상승한 것보다 이후 몇 달간 서울 전셋값이 더 오른 것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급변한 것은 정부 정책 이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정책의 장단기 효과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졸속으로 집행한 결과 혼란이 반복되고 있고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