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을 2주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며 지지율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지지율 우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느긋한 바이든 후보가 22일 TV토론 준비를 위해 외부 유세 속도를 조절 중인 가운데 26일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로 이어지는 닷새간이 대선전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를 벌이며 경합주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그는 “바이든이 집권하면 이 주의 에너지 및 제조업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계속되는 기침을 이유로 유세에 동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 후보와 그의 아들 헌터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띄우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헌터를 조사하라고 압박하면서 대선 전 결과물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최근 뉴욕포스트가 컴퓨터수리점에서 발견된 노트북의 e메일을 근거로 바이든 부통령 시절 헌터가 자신이 속했던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홀딩스 임원과 부친 간 만남을 주선하는 것을 도왔다고 보도하면서 이 의혹은 다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대선 광고 또한 바이든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돼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공화당 최대 슈퍼팩인 ‘아메리카 퍼스트 액션’이 9월 한달간 올 최대 규모인 4,200만달러(약 475억원)를 모금했다면서 “플로리다·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주에서 바이든 후보를 맹비난하는 TV·온라인 광고에 수백만달러가 쓰였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매일 경합주를 누비며 이슈 부각에 절치부심하는 사이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바이든 후보는 22일의 마지막 TV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대면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날 펜실베이니아에서 지원 유세를 시작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나흘간 그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벗어난 것은 18일 노스캐롤라이주를 찾았을 때뿐”이라며 “이 같은 행보는 대선을 2주 남긴 시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전략이 경합주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13~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 후보는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5%)을 오차범위인 4%포인트 앞섰다. 이는 한 주 전의 7%보다 좁혀진 것이다. 다른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차로 바이든 후보를 따라잡고 있다. ABC방송과 WP의 12~17일 조사를 보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바이든 후보 49%, 트럼프 대통령 48%로 불과 1%포인트의 오차범위 싸움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합주에서는 사전투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21일 현재 WP 집계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당시 전체 사전투표자의 76%에 해당하는 최소 3,590만명이 사전투표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텍사스·플로리다·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 등 13개 경합주의 사전투표자 수가 최소 1,760만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4년 전보다 사전투표율이 앞선 주도 벌써 16곳에 달했다. 아직 대선이 2주 남은 만큼 올해 사전투표 참여자는 기록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마지막 TV토론과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이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2일 상원 법사위원회 표결에 이어 26일 상원 본회의에서 배럿 인준 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임명을 통해 보수층의 지지세 결집을 노리고 있다.
전국 지지율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열세다. 뉴욕타임스(NYT)와 미 시에나대가 15∼18일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9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50%, 트럼프 대통령이 4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김기혁기자·뉴욕=김영필특파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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