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님, 많이 그립고 감사합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윤흥길(78·사진)씨가 22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선생님은 늘 살인의 문학을 하지 말고 사람을 살리는 문학, ‘활인(活人)의 문학’을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생명의 가치와 존엄을 살리는 ‘활인의 문학’은 기독교의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작품에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지난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돼 등단한 후 ‘장마’‘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직선과 곡선’ ‘완장’‘문신’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과 독자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여러 작품에서 전통과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모순을 탁월하게 그려내면서 한국문학작가상과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현대불교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경험이 많은 그이지만 이번 박경리문학상은 남다르다. 박경리문학상 첫회 수상자인 최인훈 작가 이후 10년 만에 상을 받게 된 한국 작가인데다 박경리 작가가 생전에 남달리 아꼈던 후배 문인이기 때문이다.
윤 작가는 “선생님과의 인연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1971년 현대문학에 ‘황혼의 집’이라는 단편을 어렵게 냈는데 편집장을 통해 익명의 대선배가 칭찬과 격려를 전해줬다. 6년이나 지나서야 그 선배가 선생님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늘 ‘큰 작품을 써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큰 작품은 규모나 분량이 아니라 인간과 인생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고 다루는가를 뜻하는 말씀이었다”고 회상했다.
인생 대표작을 묻자 그는 아직 완간되지 않은 장편 ‘문신’을 꼽았다. 현재 3편까지 출간된 문신은 4편 집필이 끝났고 마지막 5권은 내년 봄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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