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이 법무부·검찰에 쓰나미급 후폭풍을 몰고 오면서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입장문의 글씨체가 평소 김 전 회장과 유사해 ‘그가 자필로 작성했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입장문이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2차례나 공개된 데다 내용도 검사 술 접대 등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직접 저격하고 있어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 전 회장은 대검 국정감사가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연이어 폭로성 글을 외부에 공개했다. 게다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기다렸다는 듯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고 수사팀까지 새로 꾸며지면서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른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입장문의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 변호사를 통해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을 접대했다”며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실제 1명은 수사팀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강기정 전 청와대 수석 등 여당 정치인들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얘기해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지만 협조하지 않으면 20~30년형의 중형을 구형하겠다고 협박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당시 접대 자리에 동석했다고 추정되는 A 변호사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술자리를 한 사람들은 현직 검사가 아니라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었다”며 “그 자리에 있던 인물이 향후 라임 수사팀에 갔다는 얘기는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어 “당시는 수원여객 사건만 알려졌고 라임 사건은 알려지기 전이라 일상적인 얘기만 오갔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이 일부 맞지만 사실이 아닌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입장문 공개 시기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첫 폭로가 외부로 알려진 것은 16일로 당시는 대검 국정감사를 엿새 앞둔 시기다.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21일에도 “지난해 도주 당시 검찰의 도움을 받았다”는 2차 입장문을 냈다. 글에는 1차 입장문에서 폭로한 자신의 ‘검사 술접대 의혹’이 사실이라고 재확인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평소 말이나 글에서 종교를 언급했으나 글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부분도 논란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대화 중 항상 본인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알려졌다”며 “그가 직접 작성했다면 하나님 등 언급을 할 텐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폭로는 곧 윤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하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수사팀 교체 등으로 이어졌다”며 “절묘한 시기에 나온 폭로라 인위적인 느낌이 난다는 의견도 검찰 내부에서 여럿 나온다”고 지적했다.
/안현덕·손구민·김태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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