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고등학생이 인천의 한 병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뒤 숨진 것을 시작으로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의사이자 ‘기생충 학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작금의 백신사태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일 뿐 백신이 위험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함께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22일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숨진 사람이 28명까지 늘어나자 접종의 잠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 상황에서는 접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서 교수는 “저는 이제 정은경 청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이 정부에 대한 항의를 저지하는 용도로 악용되는 현실에서 정 청장은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니, 백신을 맞자는 제 글이 정 청장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건 아니란 얘기”라고 정 청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취지의 소신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선풍기 죽음’이란 특이한 현상이 상식이던 때가 있었다”며 “(한 매체에) 선풍기 죽음이 허구라는 내용의 칼럼을 올렸고, 700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은 선풍기 죽음을 믿는 이가 거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독감백신 사태도 다르지 않다”며 “먼저 독감백신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어 독감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그런데 백신을 맞은 이가 갑자기 죽으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그를 백신 접종에 의한 사망자로 단정 짓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신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백신접종을 받는다. 그들 중 일부, 아마도 정해진 수명이 거기까지였을 분들이 목숨을 잃는다. (그러면) 백신관련 사망자는 빠르게 늘어난다”며 “백신이 이들의 죽음을 앞당겼다고 볼 근거는 별로 없다. 사망자가 지역별로 편중되지 않고, 백신제조사도 특정업체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선풍기 죽음이 그렇듯 이 죽음들도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했다.
그는 1976년 미국이 최초로 전국민 독감백신 접종을 시도한 뒤 ‘길렝바레증후군’ 의심 환자가 폭증한 사건을 언급하며 “훗날 그 당시 진단된 길렝바레 중 상당수가 오진임이 드러났다. 길렝바레에 대한 공포가 의사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줘 과잉진단을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작금의 백신 사태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일 뿐, 백신이 위험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며 “의협(대한의사협회)이 잠정적으로 백신 접종을 중단하자고 하는 건 그 공포를 잠재울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접종을 중단한) 그 기간 중에도 사람들은 목숨을 잃을 것이며, 그게 백신과 상관없다는 통계가 발표된다면 공포는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망할 게 무섭다고 백신을 안 맞는다면 원래 예정된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독감으로 죽어갈 것”이라며 “올해 81세에 췌장암에서 막 벗어나신 어머니도 독감백신을 맞으셨다”고 덧붙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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