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 대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접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독감백신 포비아’가 여전해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접종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질병관리청은 국가 예방접종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회원 의사들에게 독감백신 접종을 잠정 유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이날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들 중 같은 공장에서 같은 날 생산된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4건(8명)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초기 “동일 제조번호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2명 이상이면 해당 접종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23일 경북 포항시는 독감백신 예방접종 긴급회의를 열어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일주일간 독감 예방접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사망 원인 조사가 끝나고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면 예방접종을 재개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21일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관내 의료기관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주의 및 보류 권고사항 안내’ 메시지를 통해 접종 보류를 권고했다. 전라남도도 접종 보류를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백신 접종은 국가사업이어서 지자체가 중단시킬 수는 없지만 사망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지역민들에게 잠시 접종을 보류할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도 산하단체와 의료기관을 비롯해 전체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날부터 백신 접종을 잠정 유보하라고 권고했다. 의협의 지침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는 접종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독감백신 접종 대상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A(81)씨는 “원래 오늘 접종하려다가 취소했다”면서 “독감에 걸릴까 걱정은 되지만 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주사를 맞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24일 오전 추가적인 분석자료 검토를 위해 회의를 열고 향후 접종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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