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금융질서에 반하는 행동은 물론 불법 행위까지 하며 국제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린 점이 벌금 폭탄을 맞게 된 결정적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미 법무부에 23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기소유예에 합의했다. 이는 역대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사건에서 가장 큰 액수의 벌금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벌금뿐 아니라 미 정부 당국은 골드만삭스로부터 6억달러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로 했다.
홍콩 역시 골드만삭스 아시아본부에 역대 최고 금액인 3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달 4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IMDB 스캔들과 관련해 총 39억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골드만삭스의 기소를 취하했다.
이로써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IMDB 스캔들과 관련해 사상 최대 액수의 벌금을 내게 됐다.
골드만삭스의 부패행위는 1MDB 수사 결과 드러났다.
1MDB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자국 경제개발 사업을 위해 지난 2009년에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으로 2012∼2013년 미국·유럽·아시아에서 65억달러 상당의 1MDB 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2015년 말에 천문학적 부채가 드러나면서 비리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검찰을 포함해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스위스·싱가포르 등은 1MDB에서 최대 60억달러가 횡령됐다고 보고 국제 공조수사를 벌여왔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 65억달러 상당의 1MDB 채권발행을 대행하고 수수료 6억달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아시아본부는 채권발행을 대행하면서 자금세탁 방지, 위험관리 등에서 심각한 과실을 범하며 26억달러 유용에 조력했다. 골드만삭스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건네기도 했다.
5년간의 수사 끝에 골드만삭스의 범죄 사실이 드러났고 각국은 골드만삭스의 범죄가 중하다고 판단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홍콩 증선위는 “골드만삭스는 IMDB 사건에서 면허를 가진 중개인에 기대되는 기준을 지키지 않아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금융산업에도 오명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유죄 판결 시 고객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범죄를 인정하고 기소 유예를 받은 것은 골드만삭스의 승리”라면서도 “이번 스캔들로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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