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시민운동이 권력화되고 권위주의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상호인정과 존중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박명호(사진) 안민정책포럼 회장(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23일 서울 충무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한국 시민사회의 정치화’ 세미나에서 “시민단체 등이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이로 인한 폐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1980~1990년대 도시 중산층 중심의 민주화를 이끈 시민운동이 2000년대 이후 정치적으로 변질되면서 결국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상실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원래 투명성·민주성·비당파성·비영리성 등을 바탕으로 한다”며 “그러나 현재 시민사회는 인사·정책·형태 등 모든 면에서 정치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의 정치화는 2002·2006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부터 시민사회단체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입하며 ‘권력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한 사실에서 확인된다. 한국 정치에서 정책입안·집행 등 모든 과정에 시민단체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특히 지난 21대 총선에서 특정 시민운동 출신들이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의 후보로 선거 경쟁에 나서고 이들이 대거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며 “비정부기구(NGO)가 본질을 잃을 것을 두고 ‘차기정부조직(Next Governmental Organization)’이나 ‘친정부조직(Near Governmental Organization)’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치화돼 패권적 지위에 오른 시민사회는 이미 권력화됐다”며 “시민사회·시민단체에 내재돼야 하는 민주적 규범과 실천의 실패로 인해 권위주의에 물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시민사회의 정치화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양극화된 대립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가 공공정신을 갖춘 시민들의 공동체로서 권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증진하는 데 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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