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사전투표 참여자 수가 5,7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4일(현지시간) 자신의 거주지로 등록한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사전 현장투표를 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유세일정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합주에 사실상 ‘올인’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취재진에게 “트럼프라는 이름의 사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사전 현장투표에 대해 “매우 안전한 투표다. 우편투표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며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에 더욱 취약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선거정보를 분석하는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24일 밤 기준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5,741만명에 달해 지난 대선의 참여율을 훨씬 웃돌았다. 이 가운데 우편투표 참여자가 3,952만명, 사전 현장투표 참여자가 1,789만명에 이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위스콘신주 등 주요 경합주를 하루 동안 차례로 돌며 유세를 진행했다. 오하이오는 6대 경합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바이든 후보가 추격하며 경합이 벌어지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선거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현재 6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3.8%포인트에 뒤진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14일 3.3%포인트였던 격차를 1.5%포인트까지 줄인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달아 열린 유세에서도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는 전략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특히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한 에너지 회사 임원으로 채용돼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도덕성도 공격했다. 그는 “미국인은 부를 쌓기 위해 공직을 활용한 47년 직업정치인(바이든)과 공직에 들어선 사업가(트럼프) 사이의 대조를 봤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2016년 대선 때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자신의 대선캠프를 대상으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음모론성 주장도 펼쳤다.
바이든 후보 역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 후보는 “우리가 방식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암흑의 겨울이 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대통령이 여러분보다 주식시장에 더 많이 신경 쓰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후보 지원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경합주 플로리다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던 사실을 언급하며 “그는 자신을 보호할 기본적 조처조차 할 수 없다”며 “그가 초기에 일을 했다면 우리는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는 것을 절대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두 후보는 남은 선거 기간에도 경합주를 돌며 지지율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리는 두 차례의 집회에 참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1962년부터 2012년까지 승리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이겼다. 27일에는 미시간·위스콘신주에서 유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바이든 후보는 27일 조지아주서 유세를 진행한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주지만 미국의 주요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를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현재 조지아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같다. BBC는 “대부분의 미국 주(州)는 한 정당 또는 다른 정당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는 보통 이길 수 있는 12개 정도의 경합주에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오는 11월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듯하다고 비공개석상에서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후원 행사에서 “상원은 (이기기가) 아주 힘들 것 같다. 상원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되찾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익명의 참석자가 전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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