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조건을 붙이지 말고 참석해 당당히 대화해야 한다고 일본 신문이 주문했다.
도쿄신문은 26일 자 ‘한중일 정상회담 출석해 당당히 대화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참석의 전제로 전 징용공(일제 조선인 징용 노동자) 문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국 측에) 전했다고 한다”며 “참석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세 나라가 돌아가며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며, 올해는 의장국인 한국이 자국 내 개최를 조율 중이다. 도쿄신문은 한국 내 징용 배상 소송으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언급한 뒤 “스가 총리 입장에선 연말 방한 직후에 현금화가 이뤄지면 국내에서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과제가 있기 때문에라도 직접 만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당초 한중일 정상회담은 공통의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그런 자리에 양국 간 문제를 제기해 참석의 조건으로 삼으면 앞으로 정기 개최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대응이 개최의 조건이라는 인식을 보여 한중일 정상회담이 3년 반 만에 개최된 사례도 언급했다. 아울러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웃나라 정상을 만나는데 전제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번에 참석에 조건을 달았다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최근 한일 간에 국회의원이 상대국을 방문해 타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으로 접어들면 양국 모두 중요한 선거 일정이 다가와 정상회담을 할 여유가 없어진다. 호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총리가 임시 국회에서 한일 관계에 대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일본 임시 국회는 26일부터 올해 12월 5일까지 41일간 소집된다.
스가 총리는 임시 국회 개막을 계기로 26일 오후 국회에서 당면 정치 과제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밝히는 소신표명 연설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스가 총리가 취임한 후 소신표명 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 관계나 대북 정책 등에 관해 스가 총리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마친 후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점기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이에 따른 후속 절차에 반발해 왔다. 한국 측은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하자고 제의했으나 일본 측은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라서 수교 후 최악의 상태가 된 한일 관계 회복 계기를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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