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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과 '명작 산책'…24년 만에 다시 걷다

'세계명작산책' 전면 개정

"달라진 세월 못 본체 못해"

표지 바꾸고 현대식 번역

소설가 이문열./서울경제DB




“머무를 수 없었던 영혼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궤적은 흔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삶의 한 양태가 된다.(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해설 중에서)”

“죽음은 언제나 삶의 부정이란 의미를 갖지만 신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그 부정의 강도는 달라진다.(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해설 중에서)”

1996년 첫 출간 이후 수십만 부가 팔리며 대중과 명작 소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무블 펴냄)’이 24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재탄생했다. 소설가 이문열이 엄선한 작품과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은 이 책은 표지와 판형을 모두 바꾸고 번역도 현대식으로 다시 했다. 또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은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바꿨다.

엮은이인 소설가 이문열은 초판 서문에서 “세월에 따라 몸이 늙어가듯이 사람의 기호나 지향도 변한다. 시대와 세상 사람들도 사반세기 전과 같을 수 없다”며 “많은 것이 달라진 그 세월을 못 본 체 할 수는 없었다”고 개정판을 낸 이유를 밝혔다.

초판 출간 당시 이문열이 세계 유수의 명작들을 골라 소개하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종대 국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는 “소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일에서도 좋은 전범을 가지는 것은 원리의 탐구를 위해서건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서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 더해,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책을 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다.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단편 가운데 100여 편의 작품이 사랑과 죽음, 성장, 순수와 서정, 비틀기와 뒤집기 등 10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 권에 함께 엮였다. 작가 이문열이 각각의 작품에 짤막한 해설과 단상을 붙였으며, 장경렬 서울대 명예교수, 진형준 전 홍익대 교수, 강자모 세종대 교수 등 손꼽히는 번역자들이 원문을 신중하게 옮겼다.



올 가을에는 우선 1, 2권이 출간됐다. 1권 ‘사랑의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다.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알퐁소 도데의 ‘별’, 테오도어 슈토름의 ‘임멘 호수’ 등 11편이 실려 있다. 정답이란 게 존재할 수 없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대문호들의 다양한 입장과 관점, 해석에 다가갈 수 있다.

2권의 제목은 ‘죽음의 미학’이다. 이문열은 “허무가 존재의 조건인 것처럼 죽음은 삶을 삶답게 하는 전제”라며 이를 주제로 9편을 엄선했다.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셔우든 앤더슨의 ‘숲속의 죽음’ 등이 독자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 사이에서 미적 체험을 하도록 인도한다. 각 권 1만8,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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