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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칼럼]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희대의 금융사기극 '라임·옵티머스'

실적에만 열올린 도덕적 해이 때문

판매사·감독기관 책임벗기 힘들어

강력한 징벌 등 근본 제도개선 절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사기라는 것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당한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평생 한 푼 두 푼 모아서 저축하고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사고 싶은 것 안 사고 모은 돈을 사기당했을 때 사람들은 이게 다 내 잘못 때문인 것 같은 자괴감을 느끼고 많은 경우 주위 관계가 파탄 나며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사기라는 게 누군가 악의를 갖고 속이려고 들면 당하기 쉬운 것이고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기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 라임 사태와 옵티머스 사태로 온통 시끄럽다. 둘 다 전형적인 금융사기 사건이다. 라임 사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자산이라고 판매했던 펀드가 펀드 운영자의 편법거래와 만기 미스매치, 돌려막기 등으로 환매중단 사태까지 이르게 된 사건이다. 지금은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과의 커넥션 및 로비 주장으로 인해 정치 사건으로 번졌지만 근본적으로는 펀드운영자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건이다. 여기에는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위험에 대한 공지의무를 게을리한 판매사들과 관리·감독 책무를 소홀히 한 금융감독원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법원이 판매를 맡은 금융기관들에 상품손실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도 해결 안 된 펀드상품들이 많고 또한 정치권과 관련돼 그 파장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 사태는 그 성격이 라임 사태와는 조금 다르다. 액수는 라임 사태보다는 작지만 사기성이 훨씬 더 농후한 사건이다. 기업사냥꾼들이 명망 있는 전직 관료들의 이름을 배경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상품에 투자한다고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아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돈을 빼돌린 사기 사건이다. 역시 판매사들이 손실액의 일정 부분을 보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피해를 본 투자기관에 한국전파진흥원을 비롯한 공공기관·대기업·학교 등이 포함돼 있어 파장이 크다.



이런 펀드 사기 사건이 왜 일어나고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해답은 역사 속에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한 여러 연구에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임을 보여줬다. 도덕적 해이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정보를 가진 쪽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험을 든 사람이 보험금에서 나올 보상으로 인해 해이해져서 사고를 막을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믿고 무책임한 차입경영을 했고 금융기관들도 중앙은행이나 국가가 개입해 구제해줄 것을 믿고 단기해외부채를 급속히 증가시킨 것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사기사건을 일으킨 주범들에게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사고가 나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이렇게 무모한 투자사기를 벌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사모펀드의 감독책임을 맡고 있는 금감원도 타성에 젖어서 설마 하면서 감독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닐까. 판매를 맡은 금융기관도 펀드의 실제 위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제대로 된 위험 공지도 하지 않은 채 판매실적만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투자한 공공기관도 자기 돈 아니라고 설마 하면서 제대로 펀드의 실체를 확인하지도 않고 유명한 사람 이름만 보고 들어간 것이 아닐까. 투자자들도 수익률 조금 높다고 위험부담에 대한 고려 없이 이름 있는 금융기관에서 판매한다고 책임감 없이 투자한 것은 아닐까.

지금 정치권에서 치고받는 공방전을 보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 징벌제도하에서 이러한 투자사기꾼이 받는 형벌은 미국 같은 나라와 비교해보면 극도로 경미하다. 따라서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사후적 징벌을 가해야 돈 갖고 사기 치는 사람들이 안 나올 것이다. 또한 관련돼 편의를 봐주거나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정치인이나 공무원, 금융업 종사자들에 대한 징벌도 강력하게 내려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정치 쟁점화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자들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기억해둬야 한다. 사기당한 사람들은 매일 밤잠 못 들고 눈물로 지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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