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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염된다

우영탁 바이오IT부 기자





기자는 냉면을 먹지 못한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갔던 평양냉면 집에서였다. 냉면을 먹은 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입안이 부어오르며 숨이 막혔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토하기 바빴다. 가족 중 이런 증상이 나타난 이는 기자뿐이었다. 공포에 질렸지만 주위 사람들은 다들 급히 먹느라 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막국수·소바 등을 먹을 때마다 증상은 이어졌다.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대학 입학 후 생화학 수업을 들으면서다. 메밀 알레르기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였다. 지금도 연례행사처럼 가끔 응급실을 찾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주사 한 번으로 곧 괜찮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냉면을 못 먹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아예 맛을 몰라 괜찮다”며 웃어넘길 여유도 생겼다.

공포는 빠르게 전염된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생하고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를 때 더 그렇다. 공포영화의 대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살인은 어두운 거리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것이 훨씬 흥미롭다”고 공포의 본질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지의 적과 싸우고 있는데 등 뒤에 칼이 꽂힌 셈이다. ‘트윈데믹’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호소에 아무 의심 없이 맞았던 백신인 만큼 배신감과 충격이 크다. 게다가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독감백신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없애려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작정 안전하다면서 백신 접종을 지속하라고 강권하면 공포는 더욱 퍼질 뿐이다. 사망과 백신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고 혹시나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이며 증상은 질식인데 이때 병원을 찾아 에피네프린 주사를 맞으면 30분 내 괜찮아진다고 차분히 밝혀야 한다. 대중 선동은 문장 한 줄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장의 증거가 필요하다.

정부의 백신 접종 사망자에 대한 일일 발표 중단 조치는 그래서 실망스럽다. 과학적으로 백신 접종과 사망 간에 연관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백신 상온 노출, 백색입자 검출 등으로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속 ‘K방역’이 선방한 배경에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가 있었다. 신뢰가 없으면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염된다.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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