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웹툰을 연재하며 장면마다 연결된 움직임·음향 등이 함께하는 ‘인터랙티브 웹툰’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여러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평면 공간에 실시간 3D를 구현했습니다. 독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옥수역 귀신’, ‘봉천동 귀신’으로 독자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던 웹툰 작가 호랑이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그가 공포물 웹툰으로 이름을 알린 지 벌써 10년. 2011년 여러 작가가 옴니버스로 연재한 ‘2011 미스테리 단편’에 실린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은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봉천동 귀신에서 잠옷 입은 여자가 뒤로 젖혀진 상태로 달려오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작품은 해외에서도 유튜브 등을 통해 리액션 동영상이 대거 올라오는 등 유명세를 타더니 영문판으로 번역되기에 이르렀다.
10년 만에 돌아 온 작가가 네이버웹툰을 통해 새로 연재 중인 작품은 ‘2020 호랑 공포 단편선’이다. 이번에도 역시 공포물이다. 그는 군 복무 후 가상현실(VR) 웹툰 사업을 벌이는 한편으로 영화·게임의 브랜드 웹툰을 통해 독자들과 간간이 만나 왔다. 10년 만에 공포물로 돌아오기가 부담됐을 법도 하지만 그는 “짧게 연재하기 수월한 장르”라고 덤덤하게 답했다. “주간 연재는 오랜만이라 신인이 된 기분으로 작업했다”는 말에서는 오랜만에 복귀하는 설렘도 전해졌다.
“새로 개발한 기술을 접목하기에 좋았다”는 작가의 설명대로, 새 작품은 장르 특성에 걸맞은 특수효과 연출로 독자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갑자기 3D로 그림이 튀어나오거나 무서운 소리가 BGM으로 흘러나온다. 피 묻은 손이 그림 중간에서 튀어나오는가 하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움직이는 귀신이 섬뜩한 소리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반응은 이번에도 뜨겁다. 현재 9회까지 업로드 된 이 작품의 평균 별점은 10점 만점에 9.86점. 댓글 창에는 ‘핸드폰 던져버릴까 못 보겠다’ ‘이거 보다 심장마비로 쓰러지면 119로 신고해주세요’ 등 무섭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그는 “작품에 올라온 댓글은 당연히 본다. 부족한 부분은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며 “도가 넘는 악플도 있지만 어느 정도 면역이 돼 그리 신경 쓰이진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독자들의 열띤 반응은 기술력과 이를 받쳐주는 연출력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특수효과가 대표적이다. 웹툰에 BGM을 삽입한 것도 그의 작품이 시초다. 하지만 호랑 작가는 “작품에 기술이 많이 부각되긴 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이 공들이고 있다”며 특수효과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쉽다는 눈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스토리를 촘촘하게 짜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화도 세밀하게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웹툰 작가 중에서도 그림체가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데뷔한 호랑 작가는 조석, 김규삼 등과 함께 웹툰 작가 2세대로 분류된다. 1세대는 강풀, 강도하 등이다. 웹툰만으로는 먹고 살기 빠듯했던 데뷔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시장도 훨씬 커지고 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다. 웹툰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도 활발하다. 그는 요즘 웹툰 시장에 대해 “멋진 작품들이 넘쳐나는 시기”라며 “예전엔 큰 세계로 뻗어 나갈 발판을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대도약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작가가 중심이 돼 작품의 기초부터 마무리까지 만들어내는 본질적 과정은 같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 체제가 갖춰지는 등 산업적 분업이 활성화되더라도 웹툰의 키를 쥐는 것은 결국 작가이기 때문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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