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벌어진 비극적 전쟁의 원인과 성격을 중국이 왜곡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손을 놓고 있다. 26일 국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장관은 시 주석 발언에 대한 공식 대응과 관련해 “북한의 남침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외교부 차원의 공식 논평이나 성명 없이 기자의 질의에 구두 답변한 것 등을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 셈이다. 장하성 주중대사도 이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했다. 오죽하면 방탄소년단(BTS)조차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를 언급했다가 중국 누리꾼의 ‘악플’에 시달리는 등 고충을 겪는데도 외교부 등이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를 분명히 표명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의 왜곡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가 유감이나 항의의 뜻을 표시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앞으로도 중국에 할 말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대중 저자세 외교를 버리지 못하면 중국은 사드 보복 때처럼 우리를 계속 얕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발언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 주권과 함께 국익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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