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뒤 대권 주자 선호도가 상승했다는 여론조사가 28일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5~26일에 전국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1%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에서 적합도 1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22.8%)였고, 2위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1.6%)였다.
윤 총장 지지율은 지난 조사(8월)보다 1.0%포인트 오르며 야권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윤 총장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6.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8%), 오세훈 국민의힘 전 의원(3.1%), 유승민 전 의원(3.0%), 황교안 전 대표(2.5%) 등 야권 잠룡들의 선호도를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오른 것은 여권이 집중 포화를 퍼부은 데 대한 반사효과, 그의 정치 입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에 검찰이 연루됐고 윤 총장이 부실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무슨 근거로 제가 관련되어 있다고 발표했나”고 반발했다. 대검찰청이 이와 관련해 ‘중상모략’이라고 입장을 낸 데 대해선 “중상모략이라는 단어,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미애 법무부장을 향해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러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수사 지휘가 위법하다고 확신을 한다면 응당 검찰의 수장으로서는 그 자리를 지키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대단히 모순이고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으면서 (하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표면적으로는 라임·옵티머스 수사의 향방을 두고 정면 대결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검찰개혁’ 문제의 상징으로서 두 인물이 대립하고 있는 셈이다.
또 윤 총장이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정치권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여당은 그를 맹비난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류의 정치검찰이 있는 한 우리 사회의 정의는 사전 속 죽은 단어일 뿐”이라며 “보수언론과 야당이 유력 대권후보로 지지를 보내니 대통령도 장관도 국민도 아무것도 뵈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윤 총장을 겨냥해 “‘주권재민(民)’이지 ‘주권재검(檢)’이 아니다”라며 “‘칼’은 잘 들어야 한다. ‘칼잡이’의 권한과 행태는 감시받고 통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때 ‘황나땡’이란 말이 있었다. ‘황교안 나오면 땡큐’라는 것”이라며 윤 총장의 출마 여부에 대해 “그런 상황이 오면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이라 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이미 검찰총장으로서 가진 권력에 취해있거나 아니면 측근이나 가족들을 지키는 데만 몰두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힐난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4일 “여의도 판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다. 잘 모실 테니 정치판으로 오시라”며 윤 총장에게 정계 진출을 제안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는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이제 윤석열 쇼크는 (범야권의) 기존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한 대통령 말씀이나 지시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관련한 대통령의 말씀은 들은 바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번 조사는 데일리안의 의뢰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