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전 사전간담회 참석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주호영 원내대표의 신체를 강제로 수색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이 “청와대 안하무인 태도가 극에 달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회의사당 내에서 야당 원내대표의 신체 수색을 함부로 하는 것은 의회에 대한 노골적 모욕”이라며 “이것이 주 원내대표가 요구한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다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을 전달한 바 있다. 지난 7월 문 대통령에게 10가지 질문을 공개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문 대통령이 재차 전달한 질문사항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자, 주 원내대표는 이날 사전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호처 직원이 주 원내대표의 입장을 제지하면서 신체수색을 요구해 간담회 참석이 무산됐다.
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의사당 내에서 대통령과 만남이 예정된 원내대표까지 격리시키고 접근을 차단하는 문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며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청와대의 안하무인에 분노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야당 대표를 경호팀으로 차단한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면서 경호팀은 의사당 내에서 야당 대표 신체 수색을 거칠게 하는 나라”라며 “야당 대표의 간담회 접근에도 ‘문리장성’이고 ‘재인산성’인가? 국민은 ‘한 번도 겪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오늘 청와대의 야당 원내대표 신체 수색은 문재인 정부의 시정연설이 위선과 이중성을 띠고 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문재인 정부의 단면이 오늘 그대로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청와대의 전례 없는 야당 대표 신체수색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진석 의원은 “과거에 그런 적 없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올 때, 국회의장하고 각 당 대표가 간단히 티타임을 갖는다. 그때 수색하고 제지한 전례가 없다. 전두환 대통령 때도 이렇게 안 했다.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다. 어떤 의도가 숨었는지 자세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집이고, (우리가) 집주인인데 그걸 수색을 하느냐”며 “당에서 강력히 (대응)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2021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을 찾았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으로부터 몸수색을 요구받았다. 배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의 신체수색에 대해 “주호영이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거 모르는 분이 있느냐”며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고 청와대의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 역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이 정권이 모든 분야에서 일방통행하고 국민들과 거리를 두지만 야당 원내대표까지 수색당할 줄은 몰랐다”며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인데 접근을 막은 것도 황당하고, 야당 원내대표를 접근 금지하는 수색대상으로 본 것도 참으로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원내대표, 야당 원내대표라고 말했는데도 (경호처 직원이)검색하겠다고 했다. ‘(주머니에) 무엇이 있냐’고 해서 ‘휴대폰만 있다’고 하니 몸을 앞뒤로 검색했다”며 “‘야당 원내대표를 이렇게 수색한 적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하더라. ‘수색당하고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하고 돌아 나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간담회장으로 들어간 사람, 모든 사람을 이렇게 수색했는지 여당 원내대표도 (신체를) 수색했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한다”며 “경호부장은 직원의 실수라고 사과했지만 실수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