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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트럼프 당선 맞힌 월가 거물들이 조용한 이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군드라흐·존 폴슨 등 별다른 언급 없어

침묵도 하나의 의사표시로 해석 가능

2016년 대선 때 주변의 예상을 걔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점쳤던 월가 거물들이 이번에는 조용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월가는 모든 정보가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이 모이는 곳입니다. 돈과 관련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월가의 예측과 정보력은 웬만한 정부 기관보다 낫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파란을 일으킨 2016년 선거에서도 월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점친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화려합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와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등이 대표적입니다. 스트레티거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회장인 제이슨 트레너트도 같은 부류인데요. 그는 “마지막 순간에는 직감이었다”며 “45개 주의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교류하면서 예측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제 궁금해집니다. 2020년 대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그들은 어떤 예측을 하고 있을까요?

조용한 그들..."트럼프 재선, 50대 50 정말 모르겠다"
우선 트레너트 회장부터 살펴보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레너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정말 50 대 50인 것 같다”며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데서 크게 물러섰는데요. 그는 2016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조용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뒤 “우리는 트럼프가 이길지 알고 있었다”고 한 군드라흐 CEO는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각종 경제·정치 현안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데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곧잘 공격하죠. 그런데 이번 주에는 대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침묵이 의사표현의 한 종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행동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최소한 외부에 공개할 만큼의 확신은 없다는 얘기지요.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던 제프리 군드라흐 CEO. /트위터 사진캡처


트럼프 대통령 편에 서서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 했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얘기합니다. 물론 열흘 만에 백악관에서 쫓겨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등을 졌기 때문이겠지만 그의 말도 한 번 들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스카라무치는 “이번에는 부동층이 적다. 트럼프의 실체는 이미 알려졌고 현직 대통령은 불황을 이기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경기침체가 있는 경우 현직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뜻이죠.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12분의 1, 약 8.3%로 봤습니다. 앞서 월가가 ‘블루웨이브(바이든 당선+민주당 상원 장악)’ 가능성을 55~65% 정도로 본다고 전해드렸는데 그보다도 크게 낮은 셈입니다.

헤지펀드의 대부인 폴슨앤코의 존 폴슨 역시 2016년에 트럼프를 후원한 인물인데요. 지난 여름 뉴욕의 사우스햄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모금행사를 열었던 그는 “트럼프가 경제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승리하면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지지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누가 승리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신중한 입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시 그 정도로 확신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 됩니다.

칼 아이칸의 경우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한 이후로는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합니다. 아이칸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큰손 떠나가게 한 대중전략...바이든 "中에 강경하지만 타협여지 찾을 듯"
중국 얘기가 나온 김에 큰 손을 떠나가게 한 대중 전략에 대해 추가로 살펴볼까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대중 관계는 명확합니다. 더 강력하고, 예측 불가한 대중 압력이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수차례 전해드린 부분이기도 한데요.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략 때문에 1단계 무역합의를 어떻게든 지키고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면서도 빈껍데기, 시간 벌어주기식 제재만 했던 트럼프입니다.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하면 선거 이후에는 중국에 본때를 보여줄 것입니다. 물론 이조차도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지만 말이지요.

바이든도 중국에는 강하지만 타협 여지를 찾을 확률이 높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과 경쟁하지만 협력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 모든 게 담겨 있는데요.

다음달 3일 선거 결과에 따라 미중 관계의 기본 틀도 상당히 변화할 수 있다. /UPI연합뉴스


이제 월가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흘러나옵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바이든은 중국에 터프하게 하겠지만 아마도 협상을 위한 공간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예측도 비슷합니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경제연구실장은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파트너들을 끌어들이는 다자주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록펠러 자산운용의 지미 창 수석 투자전략가도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중 사이에 긴장감은 여전하겠지만 바이든과 중국과의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바이든의 대중 접근방식 우리에게 좋은 것만은 아냐
바이든의 대중 접근법은 우리에게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가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대중 압박을 선호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고관세를 매기면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지만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미국의 중국 압박에 대놓고 동참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난처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국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대중 제재는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속으로 웃을 수도 있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도 중국의 위협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이를 대처하려고 하지만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는 관계가 좋아질 것입니다. 중국은 이 틈을 비집고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겠지요. 그 결과는 보나마나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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