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국내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적 드문 야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섬부터 망망대해까지 예능 무대의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유사한 콘셉트를 지닌 프로그램들도 생겨나고 있다. MBC에브리원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과 tvN ‘바닷길 선발대’, JTBC ‘갬성캠핑’과 KBS Joy ‘나는 차였어’, MBN ‘나는 자연인이다’와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비슷한 듯 다른 비대면 예능으로 활로를 찾는 중이다.
최근 요트는 예능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종영한 ‘요트원정대’에 이어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이하 요트원정대)이 첫 출항에 나섰다. ‘요트원정대’ 시즌2는 배우 장혁, 최여진, 개그맨 허경환, 가수 소유 ‘요트 4남매’가 김승진 선장과 함께 맨몸으로 요트에 대해 알아가며 즐거움을 느끼는 여정을 담은 튜토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연예계에서 뛰어난 운동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백지상태에서 차근차근 요트를 배워, 한강-서해안 종주에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네 사람은 요트의 색다른 매력에 눈을 뜨고,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전한다. 여기엔 ‘요트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취미임’을 알리고 싶은 박동빈 PD의 취지가 녹아있다.
‘바닷길 선발대’ 역시 요트 위의 24시간을 주제로 한다. 예능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배우 김남길과 고규필, 박성웅, 고아성 등이 목포에서 독도까지 11박 12일 동안 배를 타고 우리나라 바닷길을 직접 일주하며 숨은 섬들을 여행한다. 이들은 주변 환경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멤버들끼리 똘똘 뭉쳐 지내며 일어나는 생고생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이는 ‘시베리아 선발대’를 연출했던 이찬현 PD가 이미 합을 맞춰본 적 있는 김남길과 교규필을 필두로 내세워 코로나 시국에 맞는 국내판 선발대를 탄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위의 두 프로그램은 ‘원정대’와 ‘선발대’라는 타이틀 명에만 차이가 있을 뿐 멤버들이 요트를 배워 면허를 취득하고, 동-서해안을 종주하며 섬을 다닌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바다에서 요트가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육지에선 캠핑이 힐링을 선사한다. 캠핑카를 소재로 JTBC ‘캠핑클럽’과 tvN ‘바퀴달린 집’이 좋은 반응을 얻자, 캠핑카를 소재로 한 ‘나는 차였어’와 ‘갬성캠핑’이 등장했다. ‘갬성캠핑’은 개그맨 안영미와 박나래, 배우 박소담, 가수 손나은과 마마무 솔라가 국내의 이국적인 장소에서 매회 특색 있는 갬성으로 캠핑을 즐긴다.
고정 멤버 외에 매번 새로운 게스트가 초대되고, 여행지에 콘셉트가 추가된다. 지난 방송은 캐나다를 테마로 잡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강원도에서 캠핑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출연진들의 솔직한 모습과 진솔한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 안영미는 수개월간 떨어져 있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고, 박소담은 배우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갬성캠핑’이 여자들의 진실 토크에 집중돼 있다면 ‘나는 차였어’는 진정한 ‘차박(차량을 이용해 먹고 자는 캠핑)’의 진수를 보여준다. 배우 라미란과 개그맨 김숙, 모델 정혁이 MC를 맡아 다양한 종류의 캠핑카와 차박에 안성맞춤인 지역별 캠핑 명소를 소개한다. 차박은 처음인 캠린이를 위한 세세한 정보부터 차박은 이미 만렙이 고수들의 꿀팁과 비법까지 배울 수 있다.
요트와 캠핑카라는 교통수단 없이 무작정 오지로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연예계 절친이 무인도 혹은 새로운 환경에서 자연인과 함께 살아보는 극한 생존 프로그램 ‘안싸우면 다행이야’(이하 안다행)는 지난 7월 파일럿 방송 후 3개월 만에 정규편성 됐다.
20년 지기 절친 축구계 레전드 안정환과 이영표가 첫 주자로 나서 ‘안데렐라’와 ‘반항아’라는 상반된 이미지, 극과 극인 ‘톰과 제리’ 케미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박명수와 하하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13년 우정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두 사람은 ‘무한도전’ 때부터 거침없는 표현으로 유명했기에 이들의 무인도 자급자족 여정에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홀로 살고 있는 자연인을 찾아가는 ‘안다행’의 포맷은 ‘나는 자연인이다’가 먼저 자리잡은 바 있다. ‘안다행’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응용한 느낌으로 친숙함을 불러일으켰고, 더 나아가 절친이 자연인의 삶을 체험하며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아간다’는 프로그램의 의도를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시청자들에게 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예능 프로그램 역시 야외로 나가 누군가와 대면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요트, 캠핑, 무인도 생존은 비대면 코로나 시국과 어울리는 예능 소재이자, 비대면 시대가 부추긴 새로운 여행 트렌드다. 우후죽순 생겨난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여행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대리만족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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