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저금리 시대, 서울 아파트 집값이 10억이 넘어가는 지금, '동학개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게 개인 권한 밖의 일이라면, 돈이 되는 투자 정보를 찾는 일은 개인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럼 그 고급정보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
답은 공시에 있다. 뉴스보다 더 빠르고, 차트보다 더 정확한 기업의 미래가 전자공시에 있다. 그런 점에서 공시 매뉴얼이라 평가받는'주가 급등 사유 없음'은 참 적절한 때에 나온 책이었다. 이상미디랩 출판팀은 전 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만큼 전자공시 시스템이 잘 구축된 곳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 2화에 이어 이들을 만나 공시 이슈 대응법, 그 마지막 이야기를 나눴다.
Q. 올해 들어 '스마트 개미'가 늘어나면서 차츰 공시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아직 공시를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공시를 봐야 하는 필요성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상혁 출판팀장(이하 이 팀장) :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이 극찬했던 게 바로 한국의 공시(DART)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대한민국만큼 전자공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아직도 공시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들어보기는 했지만 투자에는 참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재무제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한데, 재무제표는 공시의 하위 개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업 재무제표는 수많은 공시의 일부일 뿐이죠. 공시에는 재무제표를 기본으로 한 실적 보고, 대주주의 지분 변동, 공급 계약의 체결, 메자닌 채권 발행, 대표이사 변경과 상호 변경 및 주주총회 소집 등 굵직한 이슈가 모두 공개되고 있습니다. 찌라시나 뉴스, 풍문 등은 이해관계자에 따라 정보가 가공되기도 하는데, 공시는 그야말로 기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따라서 평생 투자나 노후대비 자금 마련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공시는 필수입니다. 공시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체크하지 않고 주식 투자를 한다는 건 시험문제를 찍어서 정답을 맞히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게 없겠죠.
Q. 공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만, 심리적 거리감도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워낙 악재성 이슈나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해서 공시를 챙겨볼 여유가 없기도 하고요.
이종찬 편집장(이하 이 편집장) :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더욱더 공시를 봐야죠. 시장 방향성을 계속 예측하려고 하기보다는 공시를 보면서 내실을 키워야 합니다. 한동안은 유동성과 반등 모멘텀, 언택트와 관련된 산업이 부각되다 보니 실물경제와 증시가 괴리감이 생기더라도 수긍이 됐었거든요. 특히나 언택트와 관련된 종목들은 무형자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주가 고평가를 합리화하기 좋았습니다. 새로 참여하게 된 많은 개인투자자에게 디테일한 분석을 필요치 않게 했던 요인으로 작용한 거죠.
최근 투자자들이 절감하는 게, 지금의 증시 레벨에서는 수익을 내는 종목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는 거예요. 비록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방향성이 우상향한다고 하더라도요. 근래 급등하는 종목들을 보면 이런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어요. 특별한 주도 섹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적도 크게 상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급등하는 종목들이 근래 많이 나타난 거죠.
이런 현상을 뒷받침해주는 기사가 최근에 나왔는데, 핵심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같은 메자닌 채권들의 권리행사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배나 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증시와 함께 개별 종목의 상승세를 기회 삼아 메자닌 채권들이 대거 주식으로 전환되었다는 거죠. 이 말은 시장에 특별한 모멘텀이 부재하고 앞으로의 중요 이벤트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동안 숨어 지냈던 종목들이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등장한다는 거예요. 이런 종목들의 특징은 거시적인 지표나 업황의 전망과는 상관성이 떨어지고, 공시를 통해서만 주가의 움직임이 파악된다는 겁니다.
지금과 같은 시장의 상황에서 변동성이라는 기회가 있는 종목들의 경우, 투자자가 직접 공시를 볼 줄 아는 전략으로 가야만 합니다. 시장의 색깔은 언제든 바뀌는데, 그런 때에 투자자 자신이 좀 더 부지런하다면 지속적인 알파를 얻는 전략을 쓸 수 있겠죠. 공시는 그런 알파 추구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무형자산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증시 전체 멀티플도 합리적으로 오르고 있고, 국내 상장사의 이익전망치도 회복되는 분위기입니다. 저금리 기조와 시장 유동성도 여전히 든든하고요. 변동성을 활용한 알파 추구 전략의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거죠. 공시를 반드시 공부해서 알파 전략으로 소화해야 하는 때인 겁니다.
Q. 좀 전에 이 팀장님이 공시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개인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주요 공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 팀장 : 공시 내용은 기본적으로 주주총회에서 결정됩니다. 사명 변경, 사업목적 추가나 변경에 대한 것도 주총에서 거론되죠. 주총 안건은 언론보다 먼저 공시되므로, 공시를 통해 모멘텀을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 소집 공고의 목적을 보면 일반 제조업체에서 바이오 업체로 진출한다거나, 자동차 부품 회사가 코로나19에 맞물려 마스크 생산을 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이슈로 인해 주총을 소집하게 됨을 명확히 명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핫한 업종으로의 진출은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되기도 하죠.
단일 판매 및 공급계약의 체결도 주가 상승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계약 체결은 곧 매출의 증가이고, 실적 개선의 호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종목의 경우 단일 판매 및 공급계약 공시로 주가를 부양한 후 연말에 계약 정정이나 취소를 공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계약 주체와 금액, 기간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실제로 중국이나 제3국의 생소한 업체와 계약 체결을 공시한 후 일방적으로 파기 당했다며 정정공시를 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심리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시적 호재에 따라 주가는 변동성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대주주 지분 변동이나 대주주 자체가 변하는 등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도 힌트를 얻을 게 많습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반드시 지분 공시를 해야 하는데, 대주주 공시는 세금 부과 등 번거롭고 복잡한 일만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5% 지분 공시를 하는 건 그만큼 그 기업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약 대주주가 지분을 축소하는 경우라면, 엑시트 전략을 행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차익 실현인지 살펴야겠죠. 대주주나 임원의 자사주 매각으로 인한 지분 축소는 주가 하락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공시 중 가장 핵심을 꼽자면, '전환가액의 조정', 흔히 '리픽싱(refixing)'이라고 하고요, 그다음으로 중요한 공시로는 '단일판매 공급계약 체결'을 꼽을 수 있습니다.
Q. 리픽싱이 공시의 '꽃'인 셈인 거군요. 그렇다면 리픽싱이 공시될 경우에 개인투자자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하나요?
이 편집장 : 리픽싱이란, 단어 그대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의 '가액'을 깎아주는 '조정'을 해주는 것을 뜻합니다. 전환사채란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채권인데, 특이한 게 채권자가 원하면 원금을 주식으로 바꿔 갈 수 있어요. 나중에 주식으로 바꿔 갈 때 주당 얼마에, 얼마큼의 주식을 바꿔 갈 수 있다고 표기해놔요. 나중에 주식으로 자본차익을 얻기 위해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중요한 정보에요.
이러한 전환사채의 진가는 주가가 하락할 때 드러납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을 깎아줘요. 처음 설정된 전환가액 대비 30%까지 낮춰주는데, 어떤 때는 주총 결의를 해서 액면가까지 깎아줘요. 투자 주체 입장에서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 매집단가를 낮출 수 있으니깐 기회가 되는 거죠. 파생상품처럼 하락이 헷지되는 거에요. 이걸 옵션으로 따져본다면,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는 콜옵션을 매도한 것이고, 전환사채 투자자는 콜옵션 매수한 거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주가가 하락해서 전환가액을 낮추면 나중에 주식으로 교환할 때 가져가는 물량도 늘어나는 마술쇼가 펼쳐집니다. 왜냐하면 사채 원금(사채 권면총액)은 주식 수와 전환가액을 곱한 값이기 때문이죠. 전환가액을 낮췄으니 더 많은 주식을 가져가야 원금에 맞출 수 있잖아요. 요술램프 속에 지니가 나와서 매집단가는 낮추고, 소유할 지분은 늘려주는 행복한 마술이 펼쳐지는 겁니다. 합법적으로요. "전환사채는 투자 주체에게 유리한 '마술사채'구나." 이렇게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이러한 전환사채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요, 일정 부분 책에서 주는 팁을 활용해서 공식화하는 것입니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면, 리픽싱의 횟수를 잘 세어보세요. 시총 3천억 미만 종목이 6개월 동안 3번 리픽싱을 했다면 큰손의 매집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어요. 성공적인 매집이 된 다음에는 팔 준비를 하겠죠.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공시가 나와요. 신주인수권행사(BW), 전환청구권행사(CB) 이런 공시가 나온다는 거죠. 비로소 팔 수 있는 준비가 된 겁니다. 이제 시세만 분출하면 돼요. 마지막 단계에요.
여기서부터 회사는 호재를 내보내죠. 이런 호재와 함께 중간중간 나오는 공시들이 바로 최대주주변경, 대표이사 신규 선임, 사명변경, 정관변경 및 사업목적 추가.. 이런 거예요. 듣기만 해도 뭔가 혁신적인 느낌이 나죠? 혁신과 변화를 보이면서 뉴스를 통해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 같은 기사를 적극적으로 내보내죠. 그런 과정에서 주가는 치솟는 거고요.
Q. 리픽싱 외에도 개인투자자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팀장 : 세력이 주가를 부양하는 종목은 ‘[투자주의] 종가급변 종목’에 선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주의'라고 뜬다는 건, 갑자기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뜨는 건데, 많은 분이 그때 들어갑니다. HTS에서 단순하게 '전일 급등 종목', '상한가 종목', '갭 상승 종목'이라고 뜨니까 상승 종목을 사면 단타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들어가는데요.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투자 고수가 아닌 이상 수익을 먹고 빠지기 힘듭니다.
공시를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함도 큰 목적입니다. 투자 경고 종목으로 뜨기까지 세력이 어떻게 단계를 구축해나가는지를 공시를 통해서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이때 들어가면 안 된다"라고 『주가 급등 사유 없음』에서는 강조하는 겁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때와 피해야 할 때를 같이 알려주는 것이 이 책에서 전달하는 중요 메시지입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이 팀장 : 올해에는 용기만 냈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V자 반등세에서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던 시장이었습니다. 저 같은 보수적인 투자자, 생애 첫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도 돌다리만 두드리다가 8월에 들어갔는데도 수익을 봤었습니다. 장이 좋을 때는 무엇을 해도 좋고, 언제 들어가도 돈을 벌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시기는 다시 오기 어렵습니다. 올해에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인 셈이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상반기 코로나 절정의 시기보다 더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죠. 미국 대선이나 국내 주식 대주주 요건 변경 등 섣불리 답을 내릴 수 없는 상황만큼이나 주가도 예측이 어렵습니다. 저 같은 주린이가 흔히 하는 실수가 있죠. 투자와 투기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올해 맛본 수익의 단맛을 내 실력으로 착각했다면 지금 같은 장세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주식을 환불해달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잖아요? 내년은 불확실한 이슈가 해결되고 안정화 되리라 조심스레 예상합니다. 그리고 올해처럼 극적인 반등장이 아닌 '잔파도'가 많이 칠 거라 예상됩니다. 올해같이 '큰파도'가 아니라요.
큰 파도가 운에 가까웠다면, 잔파도에서 살아남는 건 진짜 실력입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겠죠.
지금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 '진짜 실력'에 도움 되는 책을 곧 선보일 계획입니다. 큰 파도를 동반한 태풍 속에서도 고요할 수 있고, 잔물결이 일렁이는 바다에서도 파도를 탈 수 있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진짜 주식에 대한 책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상미디랩은 이상투자그룹의 실전과 전문성을 생생하게 전해드리면서 세상에 없던 주식 책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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